'몰카'보다 두려운 유출 영상…SNS에 쌓인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18.05.30 04:39

외국 본사 둔 SNS기업 규제 어려워…전문가들 "외국 기관·단체와의 협력 통해 해결책 찾아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이화여대 근처 사진관에서 여성고객 수백 명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사진사가 경찰에 적발되는 등 각종 몰카(몰래카메라) 범죄가 이어지면서 불법촬영 영상 유통에 대한 공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영상과 사진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유통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별 다른 해결책은 없어 여성들의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

◇'몰카'만큼 무서운 유포= 최근 몰카를 비롯한 불법촬영 범죄는 급격히 늘고 있다.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2007년 517건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7730건에 달해 불과 10여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9%(2007년)에서 24.9%(2015년)로 크게 높아져 가장 만연한 성범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늘어나는 불법촬영 범죄 자체도 큰 문제지만 대다수 피해자가 해당 범죄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의나 허락 없이 찍힌 얼굴이나 특정 부위 사진·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돼 나도 모르게 떠도는 것 역시 피해자를 공포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불법촬영 영상이 나도 모르게 유포되고 이를 소비하는 대중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몰카 범죄에 대한 피해자들의 공포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서 대표의 말처럼 많은 피해자들이 유출된 영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심할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하기도 한다.

◇SNS 유출 음란물 창고로 자리잡아= 특히 음란물을 내려받는 것이 일상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해외에 서버를 둔 SNS를 통해 불법촬영물을 유통·소비하는 방식이 유행하며 더 빠르게 불법촬영물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사이버 성폭력 피해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피해 발생 플랫폼으로 'SNS'(40.9%)가 가장 높았다.

/삽화= 김현정 디자인기자
실제 몰카 등 직접 촬영한 불법촬영물을 SNS를 통해 유포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29일 부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허모씨(37)는 여성 244명의 신체를 불법 촬영해 자신의 SNS에 게재하고 각종 SNS에 퍼진 사진 8400여장을 선정적 문구와 함께 재유포해 경찰에 구속됐다.

미국에 본사를 둔 텀블러는 이러한 불법촬영물이 떠도는 가장 대표적 SNS 플랫폼이다.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해 전세계 1억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텀블러는 한국에서 불법촬영 음란물의 온상이 된 지 오래다. 텀블러에서 '몰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수많은 유출 영상·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별도 인증 절차 없이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쉽게 익명 가입할 수 있어 접근성도 높다.


◇범죄까지 악용, 현실적 규제방안 찾아야=이 같은 SNS가 새로운 불법촬영물의 천국으로 자리잡은 것은 영상 삭제와 유포자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사이버경찰청이 불법 유해 정보 사이트라고 판단할 경우 국내에 접속할 수 없도록 사이트를 차단하지만 텀블러 등 SNS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 본사와 서버, 계정 등이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시정요구에도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텀블러에 올라온 2만2000여건의 게시물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해당 게시물의 99.4%가 각종 음란정보였다. 이에 대해 텀블러는 "텀블러는 미국 규제를 적용받는 미국회사기 때문에 한국의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답하며 거절했다.

/사진= 텀블러 메인 화면 캡처
이 때문에 단순 유출을 넘어 범죄로 악용되기도 한다. 상대방의 알몸을 녹화하고 금품 등을 요구하는 '몸캠피싱'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금품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피해자들의 영상과 사진이 해당 SNS에 유포되기도 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텀블러 등 SNS에 홍보를 요구해 범죄에 가담하게 하는 식이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몸캠피싱 피해사례는 7310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김현걸 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디포렌식코리아 대표)는 "불법유출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인데 해외에 서버를 둔 SNS에 올라온 사진을 지우기 위해선 절차가 복잡하다"며 "이 때문에 SNS에 피해자의 얼굴과 몸, 개인정보가 확대·재생산돼 피해가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의 인터넷감시재단(IWF)의 경우 영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불법 콘텐츠와 관련한 자율 규제 및 종합 관리 체계를 구축해 해외 주요 플랫폼, 기관 등과 협력하고 있다"며 정부의 독자적인 규제가 어렵다면 적극적인 해외 협력 방안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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