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건설은 전일대비 1만8200원(29.89%) 오른 7만9100원의 상한가로 마감했다. 한라, 현대로템, 쌍용양회, 성신양회, 조비, 남해화학 등 건설, 철도, 시멘트, 비료주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한가 종목은 36개, 코스닥 상한가 종목은 28개에 달했다.
◇힘세진 개미 "상한가는 우리가 만든다"=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하루 전인 26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 간 남북경협주에 베팅한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4월 26일 이후 개인은 액면분할 후 재상장한 삼성전자(1조1421억원)를 가장 많이 매수했지만 현대건설, 현대로템도 각각 5086억원, 2691억원 순매수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1176억원 순매수했고 남북경협주로 분류되는 삼표시멘트 남해화학 쌍용양회 등도 개인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 들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의 힘이 강해지면서 개인이 남북경협주를 주도주 반열에 올려놨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은 대량 매수·매도가 가능한 기관, 외국인에 비해 주가를 이끄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었지만 최근 이 같은 상식이 뒤집어진 것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수급의 힘이 강해진 게 최근 증시에서 최고의 화두"라며 "올해는 개인의 순매수 강도가 기관 보다 강한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힘이 강해진 이유로는 △기관과 외인이 종목별 베팅을 줄여 상대적 힘이 세졌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규제로 개인 재테크 자금 일부가 증시로 유입된 것 등이 거론됐다. 특히 개인은 신용융자에 기반해 확보한 자금력으로 상반기 증시에서 건설, 철강업종 주가를 밀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개미가 던진 IT, 외국인이 받았다=지난 한 달 간 대북경협주에 베팅한 개인은 같은 기간 동안 IT주를 매도했다. SK하이닉스는 1조1156억원 규모로 차익실현했고 삼성SDI, 삼성전기도 각각 2517억원, 2116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이 던진 IT주를 쓸어담은 것은 외국인이다.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도 우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외국인은 IT주를 선별 매수한 셈이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7542억원 매수했고 삼성전기도 2169억원 순매수했다. 반대로 외국인 순매도 1위 종목은 현대건설, 2, 3위는 현대차와 현대로템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에서 개인이 신용융자를 바탕으로 수급 주도권을 잡았지만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 제한으로 추가적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따라서 2월 이후 매도 우위인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경우 개인이 이끄는 경협주 랠리가 주춤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경협주를 이끄는 개인 자금이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다면 주도주가 외국인 선호 종목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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