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또 반전' 판을 장악한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이해진 기자 | 2018.05.27 17:09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중국 역할론' 무력화… 중재자 남한 역시 지렛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현지시간)워싱턴 백악관에서 경제성장, 규제완화, 소비자보호 관련 법안에 서명한 뒤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6월12일 개최하기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업가 시절 단련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이 위력을 발휘했다. 260자 취소통보 서한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무력화했다. 북한이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겠다"고 저자세로 나오게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배후설'은 '중국역할론'까지 무력화했다. 중재자를 표방한 남한조차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은 그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잘 나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기술한 거래의 테크닉을 북미정상회담 국면마다 적용했다.

예를 들어 "크게 생각하라"는 대목.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사람들은 '성사'에 두려움을 갖고 결정을 내릴 때 규모를 축소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의사를 전달받고 '통 크게' 45분 만에 수락했다. 당장 4월에 만나겠다는 것을 정 실장의 만류로 5월로 미루기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을 만날 때도 북한 얘기만 하는 등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지만, 항상 말미엔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는 대목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보름 앞두고 취소를 선언했다. 외교적으로 미국의 신뢰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파기를 선언했다.


이외에도 "지렛대를 사용하라"는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한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보다 더한 '벼랑 끝 전술'로 나가면 남한이 북한 설득에 나설 것이란 계산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업을 재밌는 게임으로 만들어라"고 조언했던 대로 정상회담 협상 과정에서 수차례 "모두가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박과 회유'의 부동산거래 협상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현 시점에선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공개된 서한에서 "최근 당신의 발언에서 보인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 안타깝게도 지금은 회담이 열리기엔 부적절한 시기라고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회담과 관련한 우리의 최근 협상과 토론에 대해 당신이 내준 시간과 인내,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우리는 회담이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들었지만 이는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트위터) 2018.5.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기술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김 위원장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것이(핵이) 매우 엄청나고 막강하기 때문에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신께 기도드린다"며 ‘협박’을 하다가, "북한이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진실로 역사상 슬픈 순간"이라며 '회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음 바꾸게 된다면 주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해 달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런 거래의 기술을 통해 판을 뒤집어버리고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관계의 기술'을 마스터하기 위해선 '거래의 기술'을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거래의 기술이 한번은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 외교에선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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