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간 감정은 어떻게 격해졌나…기승전결로 본 설전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 2018.05.25 19:39

싱가포르 회담 확정부터 회담 취소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왼)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다. 며칠 사이 북미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판을 깨버렸다.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감정이 격해졌는지 기승전결로 살펴본다.

5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미국으로 데려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10일 곧바로 회담 날짜와 장소를 발표하면서 화답했다. 이틀 뒤인 12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생큐"라고 화답하며 회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트럼프 대통령 "세계평화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 만들 것"(5월10일)

"매우 기대되는 김정은과 나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12일 열린다. 우리 양측 모두는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5월12일)

"북한이 6월12일 큰 정상회담에 앞서 이달에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생큐.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몸짓!"

하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리비아 모델'이라는 이슈가 북미 사이 난기류를 몰고 왔다. 이때부터 양국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사진=뉴스1


◆기-'리비아 모델'' 두고 시작된 기싸움◆


▷존 볼턴 "북한 핵무기 미국 테네시로 가져갈 것"(5월13일)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핵 '국외 반출' 요구를 밝혔다.

"우리는 비핵화 절차가 완전하게 진행되고 그것이 불가역적이라는 것을 보고싶다. 그 결정의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없애고, 그것들을 해체해서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 "볼턴 사이비 우국지사"(5월16일)

볼턴의 발언을 일괄타결 비핵화의 대표적 사례인 '리비아 모델'로 받아들인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며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2004년 6자회담때부터 '볼턴 저격수'라 불리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볼턴을 "사이비 우국지사"라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 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 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왼)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사진=뉴스1


◆승-'달래기-으름장' 알쏭달쏭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에 안전 보장할 것"(5월17일)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트럼프는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때 처음으로 '북한 단계적 비핵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 조치들을 취해나가면 그에 따라 상응하는 보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시사했다. 비핵화 해법에 있어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동시에 경고성 발언도 함께 내놓았다.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모델이 아니다.리비아 모델은 완전한 초토화였다. 우리는 김정은에게 기꺼이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으면 그(리비아) 모델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시진핑 만나고 돌변"(5월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이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시진핑 중국 주석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5월 7일과 8일 이틀 간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북한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취소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2주 전 갑자기 중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시진핑 주석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사진=뉴스1


◆전-펜스가 당긴 불씨에 최선희가 맞불◆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북한 리비아처럼 끝날 수 있어"(5월21일)

이런 가운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다. 비핵화 후 반군에 의해 살해된 리비아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뜻으로 리비아 모델을 예로 들어 북한에 고강도 경고를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떠날 용의가 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갖고 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게 실수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을 하지 않으면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수밖에 없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 "펜스, 아둔한 얼뜨기...대화 구걸 않겠다"(5월24일)

그러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펜스 부통령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 부대통령 펜스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 ... 그(펜스)가 얼마나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뉴스1


◆결-분노한 트럼프, 회담 전격 취소◆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회담이 개최까지 단 20일 앞두고 결렬됐다. CNN은 최 부상이 펜스 부통령을 비난한 것이 회담 취소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 부상의 담화에 격분했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신들 최근 발언에 적대감 있어"(5월24일)

"나는 당신과 함께 그곳(싱가포르 회담장)에 있기를 매우 고대했다. 애석하게도, 당신들의 가장 최근 발언에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기반하여,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계획돼온 이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 따라서 세계에는 해악이 되겠지만 우리 서로를 위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임을 이 서한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우리의 것이 매우 엄청나고 막강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 드린다"

그러면서도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

▷김계관 부상 "열린 마음으로 美에 시간 주겠다"(5월24일)

그러자 북한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미국 측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김계관 부상이 담화를 통해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 마주 앉겠다"고 밝혔다.

"24일 미합중국 트럼프대통령이 불현듯 이미 기정사실화되어있던 조미수뇌상봉을 취소하겠다는 공식립장을 발표하하였다. 트럼프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로골적인 적대감'이라는것은 사실 조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페기를 압박해온 미국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 (...)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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