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름도둑은 후진국 증거…국가이미지 위해 끝까지 추적"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18.05.25 12:15

대한송유관공사 '도유근절 마스터 플랜' 선포…야간 순찰 강화, 근절 기술 확대

대한송유관공사 출하대 및 파이프라인 전경./사진제공=대한송유관공사

24일 경기도 성남 대한송유관공사(이하 송유관공사) 본사. 1층 중앙통제실에서 갑자기 5초 동안 '삐' 하는 알람이 울렸다. 기름을 보내는 송유관에 압력이 떨어지면 즉각 울리는 경보 알람이다. 송유관에서 기름이 새면 압력이 떨어지게 돼 이를 통해 '기름 도둑'을 추적할 수 있다.

중앙통제실 근무자는 모니터로 전국 송유관 시설을 주시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해당 송유관이 있는 지사에 정보를 보냈다. 근무자가 즉각 현장에 출동했다.

중앙통제실 바로 옆 티랩(T-lab)에서는 한 근무자가 8개 넘는 모니터를 보며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 개발 중인 디-폴리스(D-POLIS) 시스템이 적용되면 근무자들은 송유관의 압력 변화를 알람 대신 휴대폰 같은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다.

송유관공사는 최근 '도유(석유 절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 폭력조직원 일당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1년 동안 27억원 상당의 석유를 훔친 사실이 발각된 이후다. 점검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으로 지적되자 일제 정비를 시작했다.

송유관공사는 지난 4월 2020년까지 도유 발생 '제로(Zero)화' 달성을 위한 도유근절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송유관공사는 이를 위해 △선제적 예방기능 강화 △과학적 근절기술 확대적용 △도유근절 대외 네트워크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

최준성 송유관공사 사장은 이날 "도유근절 마스터 플랜 마련은 범죄자들에 대한 선전포고의 의미로 그들을 끝까지 잡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현재 적용 가능한 기술·기법을 적용해 야간 순찰 인원을 10명 늘렸다. 도유 다발 지역에 우선적으로 25개의 CCTV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도유 절취범, 장물범에 대해 형량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송유관공사는 자체 기술 확대 적용 및 개발에 힘쓰고 있다. 도유 근절을 위한 기술 중 하나인 LDS 시스템은 송유관의 누유, 도유 여부를 압력 등을 이용해 검출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적용 중이다. 공사는 LDS 시스템을 모바일로 확대한 D-POLIS 시스템도 올해 말까지 테스트를 거쳐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아직 한계는 있다. 공사의 도유 근절이 몇몇 부분에서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돼서다. 만약 도유범이 빼낸 기름이 적어 압력 차가 미세하다면 LDS 시스템도 이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사 관계자는 "여러 기술을 계속해서 검증하고 있다"며 "곧 완벽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송유관공사의 도유근절 체계도./사진제공=대한송유관공사

도유는 범죄 자체도 문제이지만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최 사장은 "도유는 재산상의 손실도 문제이지만 환경오염과 인명피해 및 기업이미지 실추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우리의 국가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2009년 전남 순천에서 한 도유범이 범죄 설비를 설치하다 질식사하는 사고가 났다. 이런 설비는 누유를 발생시키는데 기름이 흘러 실제로 전북 임실의 섬진강 상류가 오염되기도 했다.

도유발생은 경제가 어려웠던 2007~2008년에 20건으로 최정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차츰 줄어 지난해 4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건수는 줄었지만 최근 사례에서 보면 지능적 도유수법이 늘어나 도유범 검거율이 2015년 79%에서 지난해 27%로 감소했다. 어디선가 사적, 공적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대한송유관공사 전국 송유관 네트워크,/사진제공=대한송유관공사

송유관공사는 1990년에 공기업으로 설립됐지만 2001년 정유 시설을 가진 민간에 분양돼 민관 공동 운영체제로 사실상 민영화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41%, 28.62%, 9.7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공사는 에너지 수송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국내 유류 소비량의 약 58%에 해당하는 연간 1억7000만 배럴 이상의 경질유(휘발유, 등유, 경유, 한공유)를 수송했다. 총 1180km 길이의 송유관, 6개 저유소, 12개의 펌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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