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임금 논쟁 계기로 임금체계 개편을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18.05.25 04:15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진다. 인상폭을 결정하는 본게임을 치르기도 전에 산입범위 논쟁이 도마에 오르면서 노사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산입범위가 논란이 된 원인은 복잡한 우리나라 기업의 임금체계 때문이다. 근로자는 ‘월급’이라 부르는 기본급 외에 다양한 상여금을 받는다. 일정하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있지만 가족수당, 차량유지비, 휴가비 등 비정기상여금도 있다. 상여금이 30가지 넘는 회사도 있다.

근로자나 회사 모두에게 불편한 이 같은 임금체계가 도입된 이유는 같은 연봉이어도 임금체계에 따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달라져서다.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에 정기상여금만 포함한 ‘통상임금’의 1.5배로 규정했다. 기업은 기본급을 줄이고 비정기상여금을 늘려 연장근로수당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일종의 편법이다.

하지만 현행 최저임금은 기본급만 기준으로 한다. 기업은 기본급을 줄이고 상여금을 늘려왔는데 기본급 최저기준이 올라가니 이번에는 높은 수당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뒤늦게 상여금을 줄일 수도 없다.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는 근로자 동의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현실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산입범위 확대 주장엔 눈총을 보내는 이유다.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사실 이는 예고된 결과다. 2013년 대법원이 통상임금 범위를 판결하면서 이미 복잡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정치권은 복잡한 임금체계 개편 대신 ‘최저임금 언제까지 얼마로 인상’ 식의 당의정 같은 구호에만 집착했다. 그사이 현장에는 편법만 난무했다.

늦었지만 산입범위 논쟁을 계기로 복잡한 임금체계도 개편돼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장근로수당이 늘어나면 또 어떤 산입범위 조절논쟁이 불거질지 모른다.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고 엇갈린 채 끝까지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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