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알못'도 한저옵서예…뒤늦게 빠진 '제주 맛의 신세계'

머니투데이 제주=배영윤 기자 | 2018.05.26 05:15

매년 5월 제주서 열리는 미식 축제 '제주푸드앤와인 페스티벌'…제주 청정 식재료 매력에 '풍덩'

지난 18일 저녁 메종글래드 제주 야외정원에서 진행된 '2018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가든 디너' 의 수제맥주 부스(위)와 제주밀크티 부스./사진=배영윤 기자


제주는 동경의 섬이다. 일상에 지친 한국의 현대인들이 안착하고 싶은 파라다이스다. 또 제주는 삼다도(三多島)라 했던가. 이렇게 제주에 대한 지극히 촌스러운 기억만 안고 지난 17일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맛의 축제'가 열리는 5월 제주에 발을 내딛은 그 순간 '아, 이곳에 여자, 바람, 돌만 많은 게 아니구나' 깨달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만 할 줄 알았던, 미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맛알못'(맛을 알지 못하는)이자, '제주' 하면 한라산·똥돼지(흑돼지)·감귤·효리네민박 밖에 떠올리지 못했던 '제알못'(제주를 알지 못하는) 기자가 뒤늦게 빠져 여전히 그 매력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제주 맛의 신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지난 18일 저녁 메종글래드 제주 야외정원에서 진행된 '2018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가든 디너' 행사 모습./사진제공=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글로벌 미식축제가 열리는 '5월의 제주'를 아시나요=5월에 찾은 제주는 섬 전체에 온통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2018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이 열린 지난 10일부터 19일 열흘 동안 '미식의 향기'는 절정에 치닫았다. 올해로 3회째 맞는 행사는 2년 만에 글로벌 미식 축제로 거듭났다.

에드워드 권, 미카엘 아쉬미노프, 왕육성, 유현수 등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 셰프들과 콜롬비아의 다니엘 프라다, 폴란드의 마치에이 노비츠키, 프랑스의 올리비에 샤농,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아고스티니, 일본의 다케시 키구치, 인도의 비크람 가르크 등 세계적인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제주 지역 맛집 80곳을 엄선해 알리는 제주고메위크도 진행한다.

행사의 묘미는 셰프들의 요리 시연을 볼 수 있는 '그랜드 키친', 흑우 해체쇼와 제주 청정 요리를 맛보는 장터가 열린 '제주 고메 마켓', 국내외 최정상 셰프들이 야외정원에서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인 '가든 디너', 미쉐린 셰프들이 선보이는 '갈라 디너'다.

지난 17일 오후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셔센터 앞에서 열린 '제주 고메 마켓'에서 흑우 해체쇼가 진행됐다. 문동일 셰프가 흑우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흑우 해체쇼'에서는 제주에서 '녹차고을'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문동일 셰프가 직접 나와 380㎏짜리 흑우의 절반인 190㎏짜리에서 각 부위별 살을 단단한 뼈에서 발라냈다. 흑우는 제주에만 있는 한우 품종으로, 보통 한우에 비해 몸집이 작고 검다. 산 채로는 섬 밖으로 반출이 안 된다.

지방과 살이 분리돼 있어 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 한때 멸종 위기였지만 1990년대부터 복원 사업이 진행됐고 2013년 천연기념물에 지정됐다. 아직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아 제주 내에서도 제대로된 흑우를 파는 음식점은 2~3곳에 불과하다. 제주를 찾으면 꼭 맛봐야할 음식 중 하나인 이유다.

지난 18일 저녁 메종글래드 제주 야외정원에서 진행된 '2018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가든 디너' 행사 모습. 가든 디너에 참가한 국내외 셰프들과 정문선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 이사장(사진 맨 왼쪽), 김영욱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조직위원장(왼쪽에서 9번째) 등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메종글래드호텔 제주


올해 행사의 절정은 지난 18일 저녁 메종글래드 제주의 야외정원에서 열린 '가든 디너'. 그야말로 '세계적인 미식 축제'라 해도 손색 없었다. 국내외 셰프들이 제주의 청정 농수축산물로 만든 단 하나 뿐인 요리를 맥주, 와인 등 주류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

이날 제공된 요리들은 해외 셰프들도 처음 접한 제주 식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일생에 한번 먹을 수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요리를 접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였다. 행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넉넉한 양으로 준비한다고 700인분을 준비했는데 770명 이상이 참석해 요리가 일찍 동났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저녁 메종글래드 제주 야외정원에서 진행된 '2018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가든 디너' 행사 모습.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인도의 비크람 가르크 셰프, 한국의 유현수 셰프, 폴란드의 마치에이 노비츠키셰프가 제주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사진=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배영윤 기자


셰프들의 요리 부스 외에도 제주 목장에서 갓 짜낸 우유로 만든 제주 밀크티, 당도와 풍미가 높은 구좌당근 100%로 만든 주스 등을 소개하는 부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강원도 철원에서 여행차 제주를 찾은 유경자씨는 "1년에 2~3번 제주 여행을 오는데 이 행사는 올해 처음 알게됐고, 일부러 가든디너에 참석하기 위해 숙소도 이곳으로 잡았다"며 "유명 셰프들의 요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좋고, 제주도와 비슷한 자연환경과 청정재료를 갖고 있는 철원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정문선 이사장은 "올해 고메위크 맛집은 맛 뿐만 아니라 다양성에 중점을 둬 제주 전역에 있는 곳을 골고루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이 활성화된 나라에는 모두 미식 축제가 있고, 음식은 전세계 만국 공통어이자 맛있는 음식은 누구나 좋아한다"며 "아름다운 자연, 잘 갖춰진 인프라, 좋은 식재료 등 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 그리고 제주에서 이런 축제가 오랫동안 유지됨으로써 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흑우 전문점 '흑소랑' 외부 전경(왼쪽 위). 모듬구이 메뉴(오른쪽 위). 모듬구이를 시키면 육사시미와 육회가 에피타이저로 나온다(왼쪽 아래). 흑우 안심이 구워진 모습(오른쪽 아래)./사진=배영윤 기자


◇흑우·전복·돌문어·톳…제주 청정 식재료들의 무한 변신=제주고메위크에 선정된 맛집들은 축제 기간이 끝나도 여전히 손님들을 기다린다.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나만 알고 싶은 맛집'들도 제법 많다. 80곳 리스트를 기억해뒀다가 제주에 갈 때마가 '도장깨기' 하듯 찾아가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선 제주이기 때문에 더욱 맛있는 음식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흑우를 비롯해 제주 청정 지역에서 난 신선한 농수산물로 만든 음식들은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다. '흑소랑'은 숙성된 흑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참숯보다 고급인 비장탄 불로 구워 육즙이 고기안에 그대로 베어있다. 구운 고기가 살짝 식어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제주 밥상에서만 볼 수 있는 보리김치도 별미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모디카' 외부와 내부 전경(위). 제주산 식재료로 만든 메뉴들. (아래 왼쪽부터) 문어 샐러드, 제주 흑돼지 스튜, 달치 요리./사진=배영윤 기자


제주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답은 '모디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주택가 안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인데 내외부 분위기가 제주 속 작은 이탈리아 같다. 당근과 오렌지로 만든 수프의 새콤한 맛과 부드러운 문어 샐러드, 풍미가 일품인 제주 흑돼지 스튜, 달치 요리 등 제주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는 제주와 시칠리아를 순간이동하는 느낌마저 들게한다.

제주향토음식 전문점 '낭푼밥상' 외부와 내부 전경(맨 위)과 '2018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기간동안 선보인 특별 컬래버레이션 메뉴./사진=배영윤 기자


제주 토속 밥집을 찾는다면 주저없이 '낭푼밥상'이다.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차를 타고 이곳까지 향하는 길마저 설렌다. 제주향토요리 명인 1호 김지순 명인과 그의 아들이자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의 양용진 원장이 운영한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엔 '서울-제주 셰프 컬래버레이션' 일환으로 한식 전문가 조희숙 셰프와 김지순 명인이 함께 100% 재주 식재료로 만든 7가지 코스요리를 선보였다. 제주고등어 완자, 톳밥, 접짝빼국 등을 비롯해 디저트로 나온 할라봉수양갱과 새콤한 쉰다리(누룩 가루를 넣어 빚은 저농도 알콜 음료)도 잊을 수 없다. 낭푼밥상의 요리는 계절과 시즌에 따라 변경된다고 하니 계절별 제주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여름, 가을, 겨울에도 꼭 이곳을 찾아야겠다 싶었다.

(맨위)제주 목장에서 수급한 우유로 만든 킬크티를 판매하는 카페 '우유부단', (위에서 두번째) 제주맥주 양조장 전경과 양조장 투어 후 제공되는 맥주. (맨 아래)매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동문 재래시장 8번게이트에서 열리는 동문 야시장./사진=배영윤 기자


크기가 작아 회로 접하기 어려운 졸복회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우수미회센타'다. 자연산 광어, 도다리세꼬시 등 회도 쫄깃하고 맛깔났다. '우유부단', '쌀다방' 등 카페도 꼭 들러볼 것. 맛좋은 밀크티, 쌀다방라떼를 맛볼 수 있을 뿐아니라 둘도 없는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다. 감귤피 등 제주의 맛이 녹아있는 에일맥주 제조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제주맥주 양조장 투어도 리스트에 추가할 것. 이밖에 매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동문재래시장 8번 게이트에서 열리는 '동문 야시장'도 놓치기 아까운 코스다. 제주니까맛볼 수 있는 32가지 야식 메뉴가 펼쳐진다.

멋있는 자연, 맛있는 자연이 있는 아름다운 섬 제주. 삼다도가 아닌 무한의 매력이 넘치는 '무한도'의 매력에 빠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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