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혐의 부인하지만 증거는 동의…이르면 8월 선고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 이보라 기자 | 2018.05.23 16:04

[the L] "MB, 사실관계 인정하겠다는 뜻"

뇌물수수 및 횡령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약 350억원의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해 자신을 향한 의혹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증거를 모두 인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재판 진행은 상대적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이르면 8월 중 1심 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30년 간 소유를 둘러싼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하는 게 정당한지 의문"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삼성 뇌물 사건에 대해선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간 자동차 부품사 다스를 사실상 운영하면서 비자금 조성 등의 방법으로 349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31억원을 내지 않았고 △대통령 재임기간인 2008년 4월~2011년 9월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약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뇌물 명목으로 상납받고 △다스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미국 소송비 68억원을 받았다는 등 16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측근들을 법정에 불러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에 불러 그들을 추궁하는 게 본인이나 가족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될 수가 있다"며 "국정을 함께 했던 사람과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게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지난 8일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증거인부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 검찰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증인과 참고인을 법정에 불러 진술조서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한 발언을 했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증거에 대해 전부 동의함에 따라 검찰은 진술조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별도로 증인으로 신문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측 증인과 참고인들에 대한 반대신문권 역시 포기한다는 의미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증거인부에 동의한 이상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검찰 측이 제시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가급적 재판을 빨리 종결짓고 사면을 받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통상의 재판대로라면 피고인이 증거를 모두 동의했다면 양쪽 모두 증인을 부를 필요가 없으나 이 재판은 특수한 경우가 될 수 있다"며 "재판은 예측불가라서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신빙성을 다투려 한다면 증인을 신청할 것이고 우리도 따라서 대응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이 전 대통령과 검찰 양측이 모두 증인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재판은 서증 검토만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3개월만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측 증거를 모두 인정한 것은 아직 가족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사법절차에 적극 협조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해선 선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71)와 장남 시형씨(40)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아직 결론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시형씨와 김윤옥 여사 기소 여부에 대한) 처리 방향이나 시점은 결정된 바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의) 재판 상황이라든가 일정 등을 참고하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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