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GM과 정부의 '계약 결혼'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8.05.23 05:3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15만명(협력업체 포함)에 달하는 대규모 실업을 걱정한 우리 정부. 그냥 떠나자니 한국 부품업체의 우수한 품질력과 적기 조달이 아쉬웠던 GM. 이 둘의 조합은 한국GM에 대한 7조7000억원 자금 지원을 이끌어냈다.

산업은행은 8000억원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하면서 GM에 5년간 지분 매각 전면 금지, 이후 5년간 35% 이상 1대주주 유지 의무를 부과해 GM이 최소 10년간 한국을 못떠나도록 장치를 해뒀다. 이른바 10년간의 '계약 결혼'이다.

그런데 이 계약 결혼이 성공 비스무리하게라도 끝나려면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차가 팔려야 한다. 한국GM은 수출이 60% 비중이라지만, 국내에서 팔리지 않는 차를 외국에서 잘 팔 수는 없다.

지난 14일 한국GM이 인천 부평 본사에서 열 예정이었던 '경영정상화 기자회견' 현장. 엎치락 뒤치락했던 3개월간 구조조정과 협상이 끝나고 이제 자동차 담당 기자의 관심은 "GM 차가 앞으로 국내에서 잘 팔릴 수 있을까"에 쏠려 있었다.

그런만큼 향후 판매와 마케팅, 가격 전략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등 경영진도 내년 흑자전환 방안, 신차 출시 계획, 협상 과정 중 GM의 입장, 내수시장 고객 신뢰 회복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비정규직 노조의 '훼방'으로 무산됐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노조가 사장실 책상을 부쉈을 때처럼 폭력은 쓰지 않고 피켓 시위를 했다. 사측은 간담회를 현장 취소하는 것으로 '과잉 반응'했다. 엥글 사장 등 경영진의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댔다.


"구조조정으로 1000여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주장한 비정규직 노조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반대로 "한국GM 경영정상화가 말처럼 쉽지 않겠다"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한국GM은 23일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파크 2019년형 모델을 내놓으며 판매를 재개한다. 올해의 첫 신차다. 다음달에는 전량 수입하는 SUV '이쿼녹스'도 내며 재기를 노린다.

혈세를 투입해가며 최대한의 고용을 지켜낸 만큼 한국GM이 반토막난 내수 판매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신차 확약을 못받은 부평2공장, 군산공장 매각 및 남은 인력, 회사가 법정관리 위기에 처해도 임단협 막판까지 자녀 학자금을 포기하지 않았던 정규직 강성 노조 등의 산적한 문제도 해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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