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시진핑의 자부심 ‘스마트항만’ 中 양산항을 가다

머니투데이 상하이=민동훈 기자 | 2018.05.22 13:48

무인시스템 24시간 하역, 친환경 기술 총집결…질 좋은 일자리, 4차산업혁명 선도

중국 상하이 양산항 4기 완전자동화 부두 야적장에서 무인운반차 AGV가 컨테이너박스를 실어 나르고 있다./상하이=민동훈 기자
지난 17일 상하이 시내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가량 남동쪽으로 달려 세계에서 2번째로 긴 해상대교인 둥하이대교를 건넜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거대한 규모의 컨테이너 야적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세계 최대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로 구축된 양산심수항 4기 자동화 컨테이너 부두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지난해 자신의 10대 성과로 꼽은 곳이다.

◇하역 전과정 자동화, 24기산 부두 풀가동
=국내 언론에 최초로 공개된 양산항 4기 부두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드넓은 야적장엔 운전석이 없는 무인운반차량 AGV(Automated Guided Vehicle)만이 바쁘게 움직였다.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에서 초당 6m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도로 바닥에 설치된 수많은 센서를 통해 중앙 컨트롤 시스템과 끊김 없이 빠른 가장 최신의 5G기술로 통신을 하며 24시간 내내 컨테이너를 정해진 시간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운반한다.

전기배터리로 움직이는데 충전이 필요하면 알아서 충전소로 이동, 스스로 충전을 한다. 2시간 충전에 8시간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AGV뿐 아니라 부두내 모든 탈것과 장비는 모두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한다. 부두 접안한 선박의 동력원도 육지에 설치된 AMP(육상전력공급설비)로 공급받는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한 친환경 항만이다.

부두에 접안한 컨테이너 선박에서 화물을 집어 올려 AGV에 싣는 건 안벽 크레인이 담당한다. 물위에 떠 있는 선박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선박의 롤링(좌우로 움직임)이 심해 컨테이너를 집는 순간 만큼은 사람이 조작한다. 컨테이너 야적장 뒷편 콘트롤 타워건물 내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유인시스템이라곤 해도 각종 센서와 카메라의 도움을 받는 만큼 실제 인력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수준이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 4기 완전자동화 부두에서 화물차 기사가 키오크스에 화물 정보를 입력하고 컨테이너를 적재하고 있다./상하이=민동훈 기자
AGV에 실린 컨테이너는 무인 레일식 야드 크레인이 다시 집어 올려 야적장에 쌓인다. 컨테이너 트레일러 기사가 부두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스마트폰으로 화물정보를 체크하면 레일식 야드 크레인이 해당 화물을 집어 올려 트레일러에 싣는다. 배에서 컨테이너를 내려 야적장에 보관하고 트레일러에 옮겨 싣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자동화됐다. 양산항 운영 주체인 상하이국제항만그룹(이하 SIPG)이 자체 연구개발한 항만제어시스템(TOS)과 스마트제어시스템(ECS)이 각각 터미널의 '대뇌'와 '신경' 역할을 하기에 가능한 상황이다.

SIPG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장해 사실상 시범 운영 중인 상황에서도 시간당 26무브(move, 컨테이너 이동)를 기록 중이다. 일반 유인항만이 평균 30무브 정도 기록한다고 할 때 아직은 효율이 낮다. 하지만 전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고 안정되면 시간당 40무브의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양산항보다 먼저 자동화시스템이 구축된 칭다오항의 경우 평균 40무브를 기록 중이다. 양산항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젠화중공업(이하 ZMPC) 장지안 부총재는 "이미 올해 3월엔 시간당 45무브의 기록을 냈던 만큼 내년 말이면 시간당 평균 40무브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산항 4기 자동화 부두는 7만톤급 2개, 5만톤큽 5개 등 총 7개 선석으로 만들어졌다. 안벽크레인 10기, 레일식 야드 크레인 40기, AGV 50대가 운영 중이다. 130억 위안(2조2000억원)의 초기 사업비가 투입됐다. 중국 정부는 향후 단계적으로 안벽크레인 16기, 레일식 야드 크레인 80기, AGV 80대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 경우 연간 처리량은 현재 180만TEU(1TEU는 6미터 컨테이너 1대)에서 630만TEU까지 늘어난다.


◇"부산신항을 스마트 항만으로, 실직자 없는 자동화 추진"=양산항 4기 자동화 부두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스마트 항만의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항운노조 등 일각에선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스마트 항만 조기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현철 해수부 항만국장은 "국내의 경우 항만 하역근로자의 고령화와 저임금 체계, 영세한 하역업체 현실 등을 감안할 때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볼 게 아니라 더 질 좋은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는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17일 중국 양산항 4기 컨트롤 타워 내부 전경. 이곳에서 원격으로 선박에 실려있는 컨테이너박스를 안벽크레인으로 집어 올린다. 이후엔 화물자 적재시까지 모든 과정이 전자동으로 이뤄진다./상하이=민동훈 기자
예컨대 안벽크레인의 경우 밑을 내려다보며 하루 12시간씩 하역업무를 해야 하다 보니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된 양상한 4기 자동화 부두에선 모두 실내에서 근무한다. 뤄쉰지에 부총경리는 "일반 유인 시스템에 비해 70% 가량 고용이 줄었지만 고용의 질자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5G 통신기술 등 첨단 기술이 활용된 만큼 유지보수를 위한 새로운 일자리도 다수 생겨났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수부는 부산 신항 2-5단계(2021년 개장)와 2-6단계(2022년 개장)를 스마트 항만으로 계획하고 있다. 특히 '실직자 없는 항만 자동화' 추진이 지상과제다. 기존 하역근로자가 원격조정 장비 운영, 유지보수 등의 새로운 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적극 지원하고, 정년퇴직 등과 연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최상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경제성 측면에서는 자동화 항만 초기 투자비가 24% 더 들지만 연간 운영비는 15.6% 절감된다"며 "이미 국내업체들이 기술력을 충분히 갖춘 만큼 실제 스마트 항만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쌓으면 해외 항만개발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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