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과 해병대, 현역퇴역 제독들과 군의 총사령관이 찾았지만 주민들은 아쉬워했다. 두 달 전엔 대통령이 찾기로 했는데 남북 해빙무드가 그를 막아섰다. 칭찬할만한 성과였지만 통수권자가 나서 군비 확장을 부추길 시기가 아니었던 터다.
남북은 그만큼 살얼음 길을 걷고 있다. 두 정상은 판문점에서 손을 잡았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유감을 말했다. 서로를 자극하지 않아야 하는 변곡점이다.
영도는 대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진수한 독도함의 추억을 곱씹었다. 이날 진수한 마라도함은 9년 전 먼저 태어난 독도함과 자매함으로 서로 국방의 역할을 나눌 것이다. 사람들은 마라도함이 정무적 사유로 대통령을 맞지 못했으나 세 번째 항모가 만들어지면 기대할만하다고 했다.
실제 우리 군은 동해의 독도와 남해의 마라도에 이어 서해 섬 지명을 이은 세 번째 항모를 계획하고 있다. 항모 세척은 중기적으로 제대로 된 함대의 구축을 의미한다. 군으로선 욕심낼 문제다. 단지 예산 문제가 있어 계획이 다소 밀리는데 5년쯤을 내다보면 중량급 선단을 가진 해군력을 보유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사이 영도가 계속 조선소로 기능할지의 여부다. 일단 한진중공업은 내심 부지 이전을 바란다. 개항(1876)과 일제 다나카 조선부터 시작하면 영도는 한 세기의 조선(造船) 역사를 가졌지만 이젠 경제성을 잃어가고 있어서다.
영도는 흥남철수(1950)의 남쪽 목적지로 전쟁이민자를 받아 경제영토를 키웠다. 한때 조선으로 경남의 공업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제조 산단으로의 기능은 쇠했다. 한국의 조선 경쟁력이 중국의 추격을 허용해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군산이 퇴출됐고 거제와 울산마저 위협받는 마당이다.
한진은 상선의 주 건조지를 2006년 이미 필리핀으로 옮겼다. 영도는 내년까지 정부가 발주한다는 5조원 어치의 특수선 물량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마저도 가능하다면 신선대 부근으로 부지를 이전해 만들고 싶어한다. 기업의 생리다.
영도는 어쩌면 곧 조선을 거두고 100년 전 자연을 회복할 수도 있다. 2조원의 부채를 탕감해야 하는 한진이 난개발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주거관광 상업시설로 모습을 달리할 가능성이 있다. 윗동네 해운대가 천지개벽한 터라 기대는 크다.
진수식에 참석한 한진의 오너는 10년 풍파에 많은 걸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희망버스 이후 전문경영인에 회사를 맡겼고 지난해엔 7억여원 연봉도 반납했다.
수년 전 재산 문제로 등 돌린 큰 형과는 왕래가 없다. 이날 진수식에 참석했지만 최근 그 일가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처신을 더 삼가는 모습이었다.
이런 맥락은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까. 2013년 복개한 도개(跳開)교 영도다리를 건너며 어쩌면 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올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영도 조선소와 산업적 가치사슬 체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부지 이전의 공론화는 필연적이고 그것은 7년 전처럼 거칠고 냉정해선 곤란할 것이란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도의 산업 생태계는 바뀌고 있다. 다만 가능하다면 생계를 꾸리는 이들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것이 우선 순위가 아닐까. 영도는 한국 제2 도시의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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