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신사업 포비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8.05.22 04:40

‘유통법’ 넘었더니 ‘상생법’, 정치쇼 1순위 희생양…신규출점 두려운 유통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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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지난 2월.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롯데쇼핑에 채용박람회를 요청해왔다. 2개월 뒤 문 열 '롯데몰 군산점'의 직원들을 최대한 지역에서 뽑자는 취지였다. 롯데는 3월초 입점 브랜드 100여곳과 함께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지역 구직자 3000여명이 몰렸고 이 중 400여명이 현장에서 채용됐다. 지난달 27일 개점한 이 복합쇼핑몰에는 760여명이 일하는데 이 중 85%(650명)가 지역 주민이다. 롯데는 바닥까지 추락한 군산 지역 고용과 경제를 살릴 구원투수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군산점 개점 4일만에 다른 행정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을 내세워 "영업을 일시 중단하라"고 압박해 왔다. 롯데쇼핑이 지역 소상공인 단체와 상생합의를 하지 않고 개점을 강행했으니 영업을 계속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롯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산점 출점에 앞서 2016년 12월 군산지역 소상공인협회 주축으로 구성된 '군산 롯데몰 입점저지 대책위원회'와 상생방안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롯데가 전북신용보증재단에 상생기금 20억원을 내놓는 것이 핵심이었다.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이미 롯데 출연금 20억원을 토대로 100억원 상생펀드를 조성, 이 중 약 70억원을 연 2%대 낮은 금리로 소상공인들에게 대출했다.

유통업체들은 사업 초기 단계에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역 상인들과 상생방안을 합의하지 않으면 '대규모 점포개설 등록'이 불가능하고 공사도 할 수 없다. 롯데가 지난해 1월 군산점 착공에 들어간 것은 유통법에 따라 대규모 점포개설 등록 절차를 마무리해서다. 그러나 같은 해 9월부터 지역 상인 조합 3곳이 상생법을 근거로 중기부에 잇따라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들 조합은 롯데몰 군산점 개점을 3년 미루거나, 260억원의 상생기금을 추가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롯데와 상인회는 수차례 자율조정회의를 거쳤지만 합의하지 못했고 롯데몰 군산점은 결국 '6·13 지방선거' 핵심 쟁점이 됐다. 시장 후보자 일부는 "상인회에 유리하도록 조율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지역경제를 담보로 한 '정치쇼'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롯데몰 군산점만이 아니다. 복합쇼핑몰·대형마트·아울렛 등 신규 점포 문을 열 때마다 유통 기업들이 이같이 소모적인 진통을 똑같이 겪어야 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첩첩규제에 오락가락 행정을 반복하는 대한민국에서 기업하기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용을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신규출점·영업제한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넌센스다.

송지유 머니투데이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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