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빠 찾아 삼만리와 코리안 드림

머니투데이 황수경 통계청장 | 2018.05.21 03:20
네팔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첫째 로히와 개구쟁이 동생 아밋, 엄마 플루씨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아빠를 찾는다. 교사였던 사흐씨를 배려해 제작진은 특별 수업이란 명목으로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가족과의 극적인 만남을 준비했다. 열흘 남짓의 짧은 해후를 뒤로하고 가족들을 다시 네팔로 떠나보내면서 아빠가 공항에서 눈물을 훔칠 때는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오래전 우리도 독일에 돈을 벌러 간 광부와 간호사, 월남에 파병한 군인과 민간인, 그리고 중동건설현장에서 땀을 흘린 부모님 세대의 역사가 있었다는 점이 떠올라 더욱 공감과 몰입을 하면서 시청을 하게 됐다.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공식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 소개를 찾아 읽어봤다. ‘이제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넘어 '외국인 근로자 1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00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들, 그들 중 가족들을 떠나온 아버지와 아빠를 떠나 보낸 어린 자녀들이 만들어내는 웃음과 감동의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 통계청의 ‘2017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5월 기준으로 15세 이상 상주 외국인은 122만 5천명이었다. 외국인 취업자는 83만 4천명이고 이 가운데 임금 근로자는 80만 명이었다. 외국인 근로자 100만 명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국내 실업자가 100만 명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국내 고용시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주로 일하는 힘든 분야에는 좀처럼 내국인들이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오히려 영세사업장과 인력 부족이 심각한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용을 더 늘려가야 한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또한 인력 수급 차원을 넘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일부 산업현장의 차별 대우와 국민들의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임금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어 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고 내국인의 일자리 보호를 함께 추구하기 위한 규정이다. 우리 정부는 노동이 존중 받고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외국인 노동자도 예외가 아니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청와대가 발표한 헌법 개정안에서 천부인권적인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것도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 시대의 우리사회의 모습을 고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달 2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2018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가 실시된다. 체류 외국인과 귀화자 실태 파악을 통해 체류관리와 사회통합 등 이민자관련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의 통계조사다.

조사 결과가 이민자 유입계획이나 사회안전망 구축 등 다양한 이민자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되어 국내 산업현장의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고 외국인 근로자 100만 시대의 사회통합을 위한 인식 개선 등에 널리 이용되기를 바란다. 네팔인 아빠 사흐씨가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일을 마친 후 고향 네팔로 돌아가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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