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그룹에선 그동안 '구광모'라는 이름에 'LG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꺼렸다. 'LG 후계자 구광모'라고 부르면 지레 겁을 먹고 집안 제사를 위한 '장손'의 역할일뿐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며 손사래를 쳤었다.
1990년대 중반 일찍 세상을 떠난 구본무 회장의 외동아들을 대신해 2004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구 회장의 첫째 동생)의 장남을 양자로 들였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유교적 가풍이 강한 LG그룹의 특성상 집안 대소사를 책임지는 장손의 역할을 맡기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었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까지 LG 그룹 내 정서였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최근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숙부인 구본준 LG 부회장 체제를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는 분위기와 달리 LG 내 기류는 '4세 구광모 체제'로의 전환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 변화는 지주회사인 ㈜LG의 이사회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LG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현재 ㈜LG의 대표이사는 구본무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하현회 부회장이 맡고 있고, 구본준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이다.
LG 관계자는 18일 "구 상무는 현재 LG전자 소속"이라면서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가 확정된 이후 역할 등에 어떤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 안팎에서는 구 상무가 경영수업의 명분으로 LG전자에 적을 두고 있으나, 이제는 후계자로서 명확한 입지가 정리된 만큼 그룹 내 위치가 어느 정도 달라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5월 주총 이후 LG가 공식 발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구 상무는 LG 등기이사에 선임된 이후에는 LG전자 상무 자리를 떠나 LG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은 구본준 부회장으로부터 그룹 전반에 대한 운영 등에 대해 배우고, LG 그룹 내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 대규모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논의하며 그룹 전반의 경영을 관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 상무는 올해부터 LG전자의 B2B(기업간 거래)사업본부에서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ID사업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성장 분야인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올 초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사이니지 전시회인 'ISE 2018'에 참석해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등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구 상무가 작년 11월말 인사에서 LG전자 B2B사업본부 ID사업부장을 맡게 된 뒤 공식적인 국제행사는 ISE 2018이 처음이다.
LG와 LG전자 직원들 사이에서 구 상무는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너 일가면서도 겸손하고 소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8년생(만 40세)인 구 상무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하고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과 LG전자 창원공장, LG 시너지팀·경영전략팀 등을 거친 바 있다.
한편, 구 상무는 2009년 식품원료기업 보락 정기련 대표의 장녀 정효정씨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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