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승계 원칙' LG家 재확인…3남 구본준 따라갈 계열사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8.05.18 16:34

구광모 상무 사내이사 선임 4세 승계 본격화…계열분리 부문으로 상사·바이오·디스플레이 등 물망

LG그룹의 4세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하면서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 구본준 ㈜LG 부회장이 전례를 따라 계열분리 또는 독립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LG 이사회에서 구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내정하기 전 그룹 오너 일가에서 장자승계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18일 LG그룹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LG그룹 오너 일가는 구 상무의 ㈜LG 등기이사 내정에 앞서 경영권 승계를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장자가 가업을 승계하고 승계가 시작되면 선대의 형제는 경영에서 물러나 경영권 분쟁을 막는다는 고 구인회 창업주의 원칙을 다시 한번 오너 일가에서 확인했다는 얘기다.

와병 중인 구 회장을 대신해 1년여 동안 사실상 그룹 경영을 맡아온 구 부회장이 수렴청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전날 이사회 개최 이후 빠르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구 상무의 ㈜LG 등기이사 선임 자체가 만 40세로 아직 젊은 데다 경영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영승계 불확실성을 씻어내기 위한 오너 일가 차원의 상징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1969년 12월31일 타계했을 당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장남 구자경 현 LG그룹 명예회장은 44세에 불과했다.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다음 해인 1970년 1월 시무식에서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하면서 당시 구자경 부회장을 제2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창업주에서 2대로 이어진 장자승계는 3대인 구본무 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때도 그대로 이어졌다. 당시 구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구평회 LG상사 회장과 막내 동생인 구두회 호유에너지 회장 등이 모두 고문으로 물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50년 동안 2번의 경영승계가 잡음 없이 진행된 것은 후계를 위해 자신의 권리를 양보하는 오너 일가의 전통 덕"이라며 "이번에도 일가 전체가 전례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LG그룹은 구 상무를 중심으로 LG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이 새로운 경영체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 부회장은 ㈜LG 보유지분(7.72%)을 계열사 지분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일부 사업을 떼 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이런 방식으로 독립했다.

재계에선 LG상사, LG화학의 바이오 부문, LG디스플레이 등이 물망에 오른다.

LG상사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구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구 부회장의 ㈜LG 지분가치는 1조원 수준으로 LG상사 시가총액과 엇비슷하다. 지분 양수도 과정에서 특수관계인 양도소득세를 감안해도 자금력이 부족하지 않다.

LG화학의 바이오 부문 가치는 시장에서 1조~2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바이오 부문을 분할한 뒤 지분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육성에 관심이 컸던 구 부회장의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LG상사보다 더 염두에 둘 수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구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적이 있는 데다 구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 LG전자 선임이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생산업체 지흥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론되지만 성사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LG디스플레이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8조원을 넘어선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사업구조상 긴밀한 관계를 감안해도 계열분리 여지는 적다. 구형모 선임의 개인회사인 지흥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지난해 말 센서사업 영업권과 관련 설비 자산 등 사실상 전체 사업을 동양센서에 양도한 상태다.

일각에선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가 아니라 자본금만 갖고 나오는 방식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구 회장의 형제 가운데 LG그룹에 유일하게 적을 두고 있는 구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손을 뗄지를 두고 오너 일가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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