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납품기일 어떻게 맞추라고" 하청中企 '울상'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8.05.17 18:38

[52시간 시대 그레이존]⑥탄력근로제 확대·특별연장근로 상시허용 요구

"52시간을 지키면서 발주 받아 기한 내 납품해야 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인력을 늘리면 단가가 높아져 개발도상국의 저가공세를 견디지 못 할 겁니다."

경기도에서 의류 하청기업을 운영하는 A대표는 17일 주당 52시간으로 제한된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을 사지에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청기업의 주문에 의존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선 정해진 기한 내에 물건을 납품해야 운영이 가능한데,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납기를 맞출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사업주는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까지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주문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中企·벤처 "마땅한 대안이 없다" 울상=특히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거나 연구개발(R&D)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중소기업들에게 52시간 근로는 상당한 부담이다. 공장 가동이나 R&D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기업 C대표는 "신약개발 성공여부는 남들보다 빠르게"라며 "R&D에 52시간 근로를 적용하면 제약사는 신약개발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300인 이하 중소기업은 52시간 근로 적용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사업부문을 쪼개거나, 인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콘크리트 제조업체 E대표는 "공사기한이 정해져 있는 현장에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며 "사업부별 법인을 분리해 근로시간 적용시점을 우선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종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인세 인상 등 추가부담 요인이 있어 고심하고 있다는 게 E대표의 설명이다.

초기 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벤처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당 52시간으로 주어진 기한 내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만 글로벌 벤처기업들이 '구성원의 행복'을 중요 가치로 삼고 있고, 이미 52시간 근로가 확정된 상태다 보니 주어진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심 중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업체 F기업 관계자는 "신규게임 출시같이 업무가 몰리는 시기의 경우 3개월 내에서 탄력근로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확대하고, 특별연장근로 상시 허용해야"=중소기업계는 52시간 근로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제 기간을 최고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감이 몰리는 기업이나 업무 집중시기가 특정된 기업이 합법적으로 인력을 배분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3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2022년 말까지 주당 8시간의 추가근로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도 한시적 규정으로 못박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주당 법정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특별연장근로 8시간까지 사실상 60시간 근로를 상시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여야가 이미 탄력근로제를 6개월에서 1년까지 확대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고, 특별연장근로도 국회 환노위에서 재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며 "아울러 대기업의 납품단가 보장과 외국인근로자 쿼터 확대, 고용 유연화 등 다양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감소 문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주당 68시간을 채워 일한 근로자의 경우 임금감소가 불가피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5~29인 근로자는 월 32만8000원, 30~299인 근로자는 39만1000원의 임금감소가 예상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감소에 따라 대기업 근로자와의 임금격차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며 "정부는 보다 세밀하게 정책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5. 5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