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포도로 만든 '프랑스산 와인'? '와인 헤지'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8.05.16 15:57

고온·가뭄으로 산불 늘며 와이너리 피해 수십억달러…
예비 지역에 포도밭 운영, 유사시 섞어 써 리스크 줄여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켄우드 지역에 산불이 발생, 40여명이 사망하고, 5700여채의 건축물이 파손됐다. 렛슨 와이너리 뒤편으로 산불이 번지는 모습. /AFPBBNews=뉴스1
오늘 저녁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마신 프랑스산 샴페인. 그런데 막상 원재료인 포도는 영국에서 수확한 것이라면?

이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고온, 가뭄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잦고, 그로 인한 산불이 늘면서 와이너리들이 포도를 온전히 수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와인 고유의 향과 맛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와이너리들이 '위험 회피' 전략의 하나로 제2의 재배지를 운영하는 '와인 헤지(Hedge)'를 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더버지가 전했다.

헤지는 쐐기를 박아 가격이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는 금융시장 용어로 '위험회피' 혹은 '위험분산'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빈번해진 산불로 포도 농사를 망치거나 완성제품의 맛이 변하는 일이 생기자, 예비 포도밭을 마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이곳의 포도를 섞어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주 넘도록 꺼지지 않은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큰 피해를 입은 건 캘리포니아에 밀집한 와이너리들이었다. 산불이 만든 연기가 수확 전인 포도와 와인에 스며들어 고유의 향을 망친 것.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톰 에디는 제품의 80%를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입은 손실금액만 250만달러(약 27억원)에 달했다.

캘리포니아뿐만이 아니다. 호주, 칠레, 포르투갈, 스페인, 미국 워싱턴 주 같은 곳도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한 화재가 잦아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고온 현상도 문제다.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인 미국 오리건주 윌라멧 밸리의 1961~1990년 평균기온보다 1997~2007년 평균기온은 17%가 올랐다.

그렉 존스 린필드대학 와인교육학 교수는 "최근에는 가뭄, 폭우, 폭설 등 급격한 기후 변화가 많아 예측과 대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와이너리들은 그동안 포도 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여겼던 영국 남부와 스웨덴, 캐나다 등지에 포도밭을 조성하고 있다. 상표는 프랑스산 와인이지만 원산지에서 포도 수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영국산 포도가 섞이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그레이브스는 "앞으로 나파밸리 와이너리들이 더 다양한 지역과 품종의 포도를 섞어 와인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산불이 와인뿐만 아니라 농장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계는 혹독한 기후나 탄내 등에 내성이 강한 포도 품종을 개발하는 데 한창이다. 이 연구는 올해로 10년째를 맞고 있으며, 현재 여러 지역에서 시험 재배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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