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설계사·대리기사·캐디… '실업대란' 막는 해법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서진욱 기자, 지영호 기자, 이원광 기자, 이학렬 기자, 주명호 기자, 김영상 기자, 이동우 기자, 방윤영 기자, 이영민 기자, 최석환 기자, 양성희 기자, 남형도 기자, 배영윤 기자 | 2018.05.17 04:30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 (종합)

편집자주 | 정부가 다음달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직에게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는 것은 반갑지만 계약 상대방(고용주체)의 부담이 늘면서 일자리가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황이 천차만별로 다양한 특수고용직종별로 어떤 입장인지 취재했다.



보험설계사 절반 감원 대상…특수고용직 실업대란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1>노동3권 보장시 보험사 추가비용 1.8조~2.2조원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에게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특수고용직의 하나인 보험설계사는 약 40만명 중 절반 가량이 감원 대상에 포함돼 보험업계에 실업대란이 불어닥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자영업자인 설계사를 노동자로 전환할 경우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약 1조8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가량 늘어나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머니투데이가 생명보험업계 자료를 취합해 2016년 기준 생명보험사 전속설계사 약 11만명을 노동자로 전환할 경우 소요되는 예상경비를 추정한 결과 4대 사회보험 등 법정 복리후생비로만 최소 1조1000억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법정 복리후생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료와 △퇴직금 △최저임금 △연차휴가 △장애인고용분당금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여기에 일정 수준의 설계사 수수료 인상분(약 5% 추정)과 학자금 지원 등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을 포함할 경우 최대 1조3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보험사업비의 11~14%, 총 보험수수료의 24~29%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손해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약 8만1000명명까지 더하면 보험업계 전체에 1조8000억~2조2000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보험사가 아닌 법인대리점(GA)과 계약을 맺은 20만명 가량의 설계사까지 감안하면 추가 비용은 두 배 가량 더 늘어난다.

보험업계에 수조원대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면 보험사는 손익을 고려해 최저임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저능률 설계사의 고용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 비용이 생기면 우선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성과를 내는 저능률 설계사, 육아 등으로 근무시간이 짧은 설계사와 상대적으로 활동성이 낮은 고령 설계사에 대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설계사들의 판매 플랫폼 역할을 하는 GA는 소속 설계사에게 노동자 대우를 해줄 재정적 여력이 안되는 곳이 많아 대규모 폐업사태가 우려된다.

2016년 기준 생명보험 설계사 11만969명 가운데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설계사는 5만4335명으로 전체의 49%에 달했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 기준으로 최저 월급은 약 157만원이다. 설계사는 소득 중 평균 약 30%를 고객에게 제공할 판촉물 구입 등 각종 사업성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49%에 해당하는 설계사 대부분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수수료가 높은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이 없어 생명보험업계보다 생산성이 낮은 손해보험업계 설계사는 전체 8만1330명의 절반이 넘는 4만3216명(53.1%)이 한 달에 200만원에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린다.

설계사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이뤄질 경우 약 5만명에 달하는 보험사 직원들도 연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활동이 적은 설계사를 중심으로 감원이 이뤄져도 기본적인 설계사 관리 인력 등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에 대한 구조조정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지만 영업인력이 줄어드는 만큼 보험사 본사 직원도 설계사 감원 비율에 비례해 점차 고용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급증하는 '플랫폼 노동자'… 산재·고용주체 문제 '산적'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2> 플랫폼 노동자 중 일부만 특수고용직 인정… 노동권 등 안전망 적용 위한 난제 많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일거리를 받아 일하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지위 등이 명확치 않다. 특수고용직 노동 기본권 문제 해결 방안 마련 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대행, 대리운전, 가사노동, 심부름 등 스마트폰 앱을 매개로 일거리를 제공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을 말한다. 2000년대 말부터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노동력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모바일 앱 개발이 잇따르면서 플랫폼 노동자 역시 크게 늘었다.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대행 기사만 3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플랫폼 노동자는 특정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활동하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때문에 노조 결성 및 가입, 고용보험·건강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 등 4대 보험 적용 등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리기사와 배달대행 기사의 경우 산재보험법상 특수고용직으로 인정돼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가입률은 매우 저조하다.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주체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가령, 음식배달앱의 경우, 음식배달 앱 플랫폼사를 고용주체라 봐야할 지, 앱이 연결해준 식당을 고용주체로 봐야 할 지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를 사용자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노동력 수요와 공급을 중개하는 사업모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고용주체로 보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배달대행 관계자는 “배달대행 기사들도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고용 관계를 떠나 자격을 갖춘 기사라면 누구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도 특수고용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민주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역시 특수고용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누구인지, 전속성을 논할 게 아니라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조 설립과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권리부터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플랫폼 노동자 문제가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트랜스휴먼 시대에 따른 미래직업세계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 증가에 따른 특수고용직 확산이 향후 3년 내 산업·경제 분야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 미래 일자리에 알맞은 사회안전망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 노동 관련 체계는 한 사람이 한 직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전제조건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미래 일자리 변화 흐름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진욱 기자



레미콘 기사, 산재·고용보험 걸림돌 '보험료 부담율"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3>사업주 "현행 체제면 의무화 수용", 운전기사 "사업주가 100% 부담해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 중 하나인 콘크리트믹서트럭(이하 레미콘) 운전기사의 산재·고용보험 의무화는 사업주와 기사의 보험료 부담 비율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운전기사는 산재보험법상 규정된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원하는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근로자의 경우 사업체가 100% 부담하지만 특수고용직인 레미콘 운전기사는 업체와 기사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경우 산재보험 가입이 임의규정인 데다 가입자 부담이 따르다 보니 가입률이 낮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3월말 기준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가입률은 12.8%에 그친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는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특수고용직도 사업주의 전액부담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하면 레미콘 운전기사의 가입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2012년 28.1%였던 가입률은 올해 3월 46.2%까지 올랐다. 다른 특수고용직에 비해 산업재해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퍼진 까닭이다.

업계에선 현행 절반씩 부담하는 산재보험 체제를 유지한다면 의무가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통상 사업주는 운전기사 1명당 월 3만~4만원 가량 추가 부담해야 한다.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만약 레미콘 운전기사가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결과적으로 사업주에게 손해"라며 "사업주는 (일부 보험료를 부담을 하더라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역시 산재보험 비용 부담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감내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산재·고용보험 의무화는 운송사업자에게 좀 더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제도"라면서 "사업주의 입장에서 비용이 증가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운송사업자의 수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산재·고용보험 의무화가 레미콘 운전기사의 고용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른 특수고용직과 달리 레미콘은 '건설기계수급조절제도'에 따라 택시처럼 신규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레미콘 1대당 가격은 프리미엄이 3000만원을 포함해 1억2000만원 정도다.

문제는 레미콘 운전기사의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8·5제'를 시행하고 있는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는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처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회 측 관계자는 "산재보험 의무가입이 적용되려면 사업주가 100% 부담해야 한다"면서도 "고용보험에 대한 입장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방판업계, 산재보험 'OK'·노동3권 '부담'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4>방판조직 위해 산재보험 가입 용의…'노동3권' 근로시간 보장 등 '우려'

고용노동부가 수백만명 규모로 추정되는 방문판매원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방문판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회사 성장을 이끄는 방판 조직의 유지·관리를 위해 산재보험 비용은 감당할 수 있으나, 노동조합 설립의 근거를 제공하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6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상 특수고용직에 방문원을 편입시키기 위한 연구용역에 나섰다. 특수고용직종이 명시된 현행 규정은 해당 시행령이 유일한 상황으로 현재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사, 학습지 교사 등 9개 직종 종사자만 특수고용직에 해당한다.

이에 최대 수백만의 방판원이 특수고용직의 법적 보호를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수익을 관리자 1명과 공유하는 후원 방판업체 및 방문판매원은 각각 2777곳, 37만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관리자 2명 이하와 수익을 나누는 방판업체가 총 2만200여곳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 방판원은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방판원 수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방판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산재보험 적용은 허용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판원들은 수시로 고객 가정을 방문해 제품 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친밀도를 바탕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등 각 사의 '영업 첨병'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렌탈 가전업계에선 유능한 방판원을 모시기 위한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방판원이 특소고용직에 편입돼 산재보험을 적용받아도 비용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낮기 때문이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및 같은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와 산재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며, 원하지 않는 경우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 이에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노동3권' 보장에 대해선 "방판 영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노동연구원과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는 6~7월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노사정 합의 수순을 거칠 계획이다. 렌탈 가전업계 관계자는 "방판원의 근무 시간이 일반 근로자 수준으로 통제되면 고객과 접점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낮 시간 회사에서 일하는 맞벌이 및 1인 가구에 대한 서비스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방판원들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했다. 음료 배달업체에 근무하는 방판원 A씨(49세)는 "판매 및 관리 서비스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며 "다수 방문판매원의 요구에 따라 정해진 근무 시간 외 업무가 금지되면, 고소득자들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가짜 판매' 등 부당한 근로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방판원 B씨(34세)는 "지부장, 센터장 등 모든 지부 관계자가 개인사업자로 근무하는 경우, 판매 실적에 대한 압박이 높고 개인 및 친척 명의를 도용하는 '가짜 판매'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노조가 있다면 부당한 요구에 대해 문제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광 기자



"사교육비 오를수도" 학습지교사 '고용보험' 딜레마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5>"고용보험 일괄 적용시 제품 가격↑·교사 수당↓ 불가피" VS "자율 맡기면 가입률 떨어져"


정부가 학습지 교사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하자 관련업계에선 소비자 및 교사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습지 업체들의 고용보험 비용 부담이 학습지 가격 상승이나 교사 수당 감소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에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실직과 은퇴에 대비하는 일자리 안전망 강화'를 선정한 데 이은 후속조치로, 지난해 9월부터 노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적용 업종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학습지업계는 새롭게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학습지 교사 규모를 전국 6만명 수준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상 특수근로자로 분류돼 산재보험이 적용되나, 고용보험 등 근로자의 다른 법적 지위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전집 방문판매 및 부수적인 학습 지도 인력까지 포함하면 적용 대상은 10만여명으로 늘어난다.

이같이 최소 6만여명의 학습지 교사에 대한 고용보험이 일률 적용되면, 소비자와 학습지 교사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부품 및 재료 원가 절감이 어려운 학습지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제품 가격 상승이나 교사 수당 감소 외에는 비용 보전을 위한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학습지업계 관계자는 "교원, 대교, 웅진 등 약 8000~1만2000명의 학습지 교사를 보유한 회사의 경우, 고용보험 비용 규모가 연간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상승은 소비자 부담을 높이고, 콘텐츠 경쟁력까지 약화시킨다"며 "고용보험 적용 여부를 업계와 학습지 교사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용보험의 자율 적용 시 저조한 가입률로 인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산재보험이 대표적이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및 같은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와 산재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며, 원하지 않는 경우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다. 이에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0%대에 그치는 상황이다.

학습지 교사 A씨(43)는 "통상 학습지 교사 월수입은 200만원 초반대로, 매달 개인이 납부하는 고용보험 비용이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교사 수당이 줄거나 근무 강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고용보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광 기자



대출모집인, 산재보험·고용보험도 부담스러워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6>은행권 대출모집인,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감소…가뜩이나 수수료 주는데 산재보험료도 아까워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출모집인이 산업재해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설 곳을 점점 잃게 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은행권 대출모집법인은 29개로 전년도말보다 2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출상담사는 3597명에서 3668명으로 71명 줄었다.

대출모집인은 금융회사와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 및 전달 등 금융회사가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상담사를 말한다.

대출모집인을 운영하는 은행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12개 국내 은행들로 대형 은행은 보통 400~500명의 대출모집인을 두고 있다. 대부분 은행은 2~4개의 대출모집법인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대출모집법인이 다시 개인사업자인 대출상담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은 법인이 아닌 대출상담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있다. 대출모집법인은 소위 잘 나가는 대출상담사가 은행과 직접 계약하기 위해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대출모집인이 줄어든 건 일거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대출모집인은 대출모집실적에 따라 대출모집 수수료를 받는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0.3% 내외의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대출모집법인은 전체 수수료의 70~80%인 0.2% 내외를 대출상담사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0~30%를 관리 비용 명목으로 뗀다. 은행별, 대출모집법인별로 수수료율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주담대 금액의 0.2%를 받는다고 할 때 대출상담사가 중소기업 평균 월급인 326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한달에 16억3000만원의 주담대 실적을 거둬야 한다. 대출수요가 많을 때는 어느 정도 대출상담사 수익도 보장됐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주담대 대출 수요가 줄고 건당 대출금액도 감소해 대출상담사 상황이 악화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주담대는 21조6444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전년도 40조8356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신용대출은 주담대보다 수수료율이 높지만 그만큼 모집이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 실적을 거두기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달 수입이 100만원도 안되는 대출상담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가 대출모집인 등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특고)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는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의무화까지 이뤄지면 대출모집인이 설 곳은 더욱 좁아진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보험료를 대출상담사와 회사인 대출모집법인이나 은행이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절반의 보험료마저 부담스러운 대출모집인이 적지 않다. 지금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산재보험에 가입한 대출모집인이 거의 없는 것도 보험료 부담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인 대부분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적은 보험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출모집인이 산재를 당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대부분 가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모집법인도 대출상담사의 산재보험료와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이 높아지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지금껏 수수료율이 높아진 적은 한번도 없다. 은행은 가계대출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높일 수도 없다.

대출모집법인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보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수익 감소가 불 보듯 뻔하다"며 "대출상담사가 자유롭게 이동하기 때문에 대출상담사 몫을 줄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출상담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있는 씨티은행은 "향후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관련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학렬 기자



카드모집인, 일자리 주는데 산재보험이 뭔 소용?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7>카드사, 비용 문제로 인력 축소 가능성 높아…세금 부담 상승도 모집인들에게 악재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의무화에 카드모집인들은 오히려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어려운 영업환경으로 안그래도 모집인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용·산재보험이 의무화되면 신용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모집인수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카드사들 역시 비용 문제로 지금보다 인력 줄이기가 불가피할 것이란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7개 전업 신용카드사의 카드모집인수는 1만5678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2만2872명, 2017년 1만6658명에서 감소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카드모집인 축소는 점차 악화되고 있는 오프라인 영업환경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모집인은 연회비의 10분의 1이 넘는 경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없으며 길거리 영업행위도 금지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모집행위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 인데 카드발급 추세는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어 모집인들은 점차 영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이 의무화되면 카드모집인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보험 의무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결국 카드사들의 모집인 축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드모집인들은 현재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형태다. 카드사가 카드모집인에게 주는 수당은 신용카드 발급 건수에 따른 발급수당과 사용액에 따른 사용수단으로 나뉜다. 카드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발급수당은 건당 1만원에서 1만5000원, 사용수당은 카드 고객이 일정액 사용시 월 2만원 가량이 제공된다. 사용수당이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지급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카드 한 장을 유치했을 때 받게 되는 수당은 14만원 안팎이 된다. 발급건수가 일정 수준 이상되지 않으면 제대로된 소득을 거두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실적이 좋아 높은 수당을 받던 카드모집인들은 타격이 생긴다. 카드모집인들에 적용되는 세금 체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카드모집인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3.3%의 사업소득세만 내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의무화로 근로자 신분이 되면 근로소득세가 적용돼 소득에 따라 6%에서 최대 42%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카드사로서는 이같은 카드모집인을 붙잡기 위해서는 소득세 변화에 따른 차액을 보전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모집인들은 늘어나는 세금만큼 수당이 줄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결국 줄어든 액수를 카드사에게 메워달라고 할텐데 어떤 회사도 그렇게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을 통한 카드 영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영업력이 강한 우수 카드모집인의 경우 기존만큼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업계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은행창구 등 다른 영업 채널이 없는 카드사의 경우 오프라인 영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모집이들도 같은 이유로 반발한다. 전광원 신용카드설계사협회 회장은 "안그래도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 일을 그만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추진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자리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는 셈"이라고 말했다.

카드모집인들은 이처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고용보험 의무화보다는 영업환경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회장은 "경품 제공 및 영업 제한 등 현 규제를 완화하는게 더 시급하다"며 "그렇지 않고 근로자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업계가 바라는 점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명호 기자



대리운전의 '눈물'…"하루 몇푼 버는데 보험료?"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8>전국 약 20만명 '사각지대', 노동자 인정돼도 사업주와 관계 문제…"표준요금제부터"

/사진=뉴스1
이 달 11일 밤 11시 서울 강남역.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비틀거리는 취객 사이를 한 남성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시선은 한 손의 휴대전화에 고정한 채다.

자신을 2년차 대리 운전기사라고 밝힌 박모씨(33)의 표정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박씨는 "근처에 대리를 부른 손님을 찾고 있는데, 콜을 놓치면 업체에서 배차를 아예 끊는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짧은 대화를 마친 박씨는 다시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위로 위태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에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적자생존' 해야 하는 대리기사 세계의 단면이다.

정부가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산재·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20만명(업계 추산)에 달하는 전국 대리기사들을 보호하는 방안이라는 평가와 소득·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대리기사는 주로 야간에 근무하는 데다 급히 이동하는 일이 많아 건강에 이상을 겪는 사례가 많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63.3%는 수면 질환을 겪고 있었다.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이 있다는 대답도 71.6%에 달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대리기사 중 산재보험·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은 각각 86.7%, 85.8%에 이른다. 일하다가 다치더라도 제대로 보상받기 어려운 처지다.

13년차 대리기사 최모씨(59)도 7년 전 운전 도중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최씨가 운전하던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최씨는 허리와 손가락 등이 부러져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후유증도 생겨 아직도 오래 걷다 보면 허리가 아프다.

그러나 최씨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리기사는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형태종사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최씨는 "은퇴하고 대리운전에 뛰어들어도 아무런 노후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모아둔 돈도 보험도 없는 데 건강이 나빠지면 결국 일하다가 쓰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만이 있어도 조직적으로 분출하는 건 힘들다. 대리기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서 단결권도 없고 노동조합도 만들 수 없다.

대리운전 업체의 횡포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리기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수수료, 보험료,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전체 매출의 최대 40%까지도 업체에 떼어주고 이들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50만원 남짓이다.

현장에 도착해서 손님이 전화를 받지 않는 소위 '길빵'을 당해도 대리기사의 잘못으로 몰리기 일쑤다. 업체는 취소된 호출의 책임을 대리기사에게 몰아 해당 기사에게 배차를 내주지 않는다. 한대라도 더 몰아야 하는 기사들로서는 호출이 들어오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김주환 민주노총 대리운전 정책실장은 "문제를 고쳐나갈 수 있는 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조건"이라며 "단결권이 보장돼야 이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주들이 보험료를 내기 꺼릴뿐더러 영세한 대리기사들도 보험료를 부담스러워 하는 탓이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정말 극한 상황에 몰려 하루에 몇 푼씩 벌어 먹고사는 대리기사들은 실질적인 혜택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산재보험료를 내고 싶어 하지를 않는다"며 "시장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치가 이뤄지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이 개정돼 노조 설립 권한이 생겨도 사업주와 모호한 관계가 문제 될 수 있다. 여러 업체로부터 콜을 받는 대리기사들에 대한 업무지시 주체 등이 명확하지 않다. 그 때문에 노동자로서 권리를 찾는 것보다도 표준요금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회장은 "대법원에서 대리기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판례가 수차례 나왔기 때문에 당장 법 개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조치로 표준요금제를 만들어 현장에 정착시키면 업체들의 과도한 요금 후려치기 등이 사라지면서 대리기사들의 숨통이 그나마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이동우 기자



'이상한 사장님' 퀵서비스 기사, 노동자인듯 아닌듯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9>기사 노조 "시대 따라 법도 변해야" vs 업주 "근무시간도 마음대로, 노동자 아니다"

오전 8시. 3년차 퀵서비스 기사 김모씨(60)는 오늘도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오더'(주문)를 받기 위해 휴대전화 3대를 켰다. 각 휴대전화에는 퀵서비스 오더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2~3개씩 깔려있다.

"출근하시겠습니까?" 요란스레 울리는 메시지로 첫 오더를 받았다. 회사 출입증을 놓고 간 강남 직장인의 급한 요청이었다. 퀵서비스 업체 사장이 전화로 "뭉그적거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차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도로에 늘어선 차량 사이사이를 오토바이로 주행하면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출근을 하면서 동시에 김씨의 계좌에서 출근비 1000~1500원이 빠져나갔다.

김씨는 하루에 15~20건의 퀵서비스를 해낸다. 한 건 당 7000원~1만원쯤 받지만 퀵서비스 업체에 떼어주는 수수료와 기름값, 통신비 등 비용을 제외하면 절반가량 밖에 남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는 길가에 오토바이를 대고 커피 한 잔 마시는 정도다. 겨울이나 여름에는 오더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더 힘들다.

요즘은 일하기 가장 좋은 날씨라 동료기사들과 여의도 길가에 모여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40대 동료가 병원비 부담이 커 서울에서 지방 병원으로 내려가 치료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걱정을 뒤로 한 채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다보니 해가 저물어갔다. 보통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보다 일찍 시작된 김씨의 업무는 저녁 8시쯤 끝난다.

'이상한 사장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를 이렇게 표현했다. 근무 형태는 노동자와 비슷한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휴가나 퇴직금, 산재보험 등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을 빗댔다.

퀵서비스 기사가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된 데는 업계의 기이한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 10여년 전부터 퀵서비스 업주들은 규모를 불리기 위해 업체들끼리 서로의 기사를 공유해왔다. 기술의 발달로 여러 업체로 들어오는 주문을 한 데 모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이른바 플랫폼 사업이다.

현재 국내 퀵서비스 시장은 업주들이 연합한 3곳(인성공유관리센터, 코리아네트워크, 우리네트워크)이 전체 주문량의 90%를 차지한다. 각각 연합체에 업체들이 많게는 2000개까지 모여 있는 구조다. 기사들은 애초 한 업체에 노무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여러 업체의 일을 한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퀵서비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박병구 위원장(맨 오른쪽)이 배달 주문 목록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태, 김진붕, 박영일 기사. /사진=이영민 기자
15년차 퀵서비스 기사인 박영일씨(45)는 "처음에는 한 업체에만 종속돼 해당 업체에 들어오는 주문만 처리해 문제가 없었다"며 "사업주들이 기사를 공유하기 시작하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기사가 아니지 않느냐'며 서로 떠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퀵서비스 기사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오로지 기사들의 몫이다. 산업재해보험도 가입 하려면 사실상 전액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규정상 절반은 업주가 내야 하지만 이를 부담해주는 업주는 없다는 게 기사들의 설명이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하기 어렵다. 박씨는 "애초 사업주들에게 떼어주는 수수료도 15% 선이었는데 이제는 23%로 늘었다"며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고 노동 3권도 없으니 기사들은 수수료를 더 높여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주들은 연합체를 꾸려 서로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지만 기사들은 노동 3권이 없어 대처할 방안이 없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산하에 퀵서비스 노동조합이 있지만 활동은 제한된다.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신고 필증을 교부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박병구 퀵서비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를 일컬어 '이상한 사장님'이라고 말했듯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이제는 퀵서비스 기자도 '노동자' 범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동자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2조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노동 3권이 있어야만 기사들이 뭉쳐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한 곳에 출근하고 월급을 받는 전형적인 노동자의 모습만이 노동자가 아니다"며 "시대가 변해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생긴 만큼 법도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퀵서비스 사업주들은 기사들이 개인 사업자라는 입장이다. 퀵서비스 업체 대표인 최모씨는 "근무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건 무리"라며 "기사들은 일정한 근무 시간이 없어서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출근율이 20%도 안 된다. 그러면 사업주들이 비용을 더 부담하고 주문을 내보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쓴 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기사들이 출근을 안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사업주들이 4대 보험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펼친다. 또 다른 업체 대표 정모씨는 "기사들은 수수료가 높다고 말하지만 배송료의 77%를 기사들이 가져가 기름값 등을 빼도 50~60%는 남을 것"이라며 "사업주는 23%의 수수료에서 사무실 운영비·홍보비·인건비 등 여러 비용을 빼고나면 실제 1%도 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이영민 기자



워라벨 vs 7시간 공짜노동..택배기사 실상은?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10> 택배기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26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에게 '7시간 공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 News1
"늘 걱정해야 하는 직장생활을 할 때보단 훨씬 낫죠. 더 많이 벌면 좋지만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현재에 만족합니다."(CJ대한통운 택배기사 원성진씨)

"택배기사의 특수고용노동자 지위를 악용한 '7시간 공짜노동'을 중단하라."(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실제로 원씨는 최근 업무 도중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회사도 다녀봤고 개인 사업도 했지만 택배 일은 퇴근 후에도 일이 계속되는 월급쟁이 때와 다르게 노동이 끝나는 순간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서 저녁 6시30분 정도에 일을 마치는데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린다"며 "돈을 더 벌기 위해 욕심을 낼 수 있지만 그것보단 내 인생에 투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 평균 270~300개 물품을 배송하며 월 6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귀가 후 틈틈이 배운 미술 실력으로 서울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화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10년간 택배기사로 근무하며 지난해 1억여원의 수입을 올린 또 다른 택배기사 박재현씨도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노력한 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정직한 직업"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다른 모습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으로부터 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고 최초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 노조'가 된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하루 평균 6~7시간씩 걸리는 '택배 분류작업'에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점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특수고용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비판하며 "CJ대한통운이 계속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면 전 조합원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분류와 배송작업은 별개의 노동이 아니고 택배 비용에 두 작업에 대한 가격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법원의 판결에서 이미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노조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통상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돼있으며 계약관계에 있는 대리점에 속해 있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전국택배연대노조엔 700여명이 가입해 있다. 전체 택배기사가 5만여명선(한국통합물류협회 집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은 미미한 규모다.

그렇다면 대표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의 실상은 어떨까.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올해 1월 내놓은 '택배기사의 근무실태 분석과 법적 보호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본인이 소유한 차량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하며 하루 평균 10시간 넘게 일한다.

택배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량 유류비·보험료·세금·할부금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택배기사들의 월평균 순소득은 360만원대다. 사회보험 관련해선 국민연금(53%)과 건강보험(71.6%)은 지역가입자 가입 비중이 높지만 산재보험은 19.2%만 대리점 소속으로 가입돼 있다.

이번 조사는 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162명과 나머지 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택배·로젠택배·대신택배 소속 택배기사 1060명 등 2222명(응답자 2008명)을 대상으로 1·2차 설문조사를 실시해 나온 결과다.

보고서는 "노동3권에 의한 집단적 쟁의를 인정할 경우 기술과 서비스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에 중대한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조법상 노조설립을 허용하면 사실상 노동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해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불합리한 계약조건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직무수행 과정에서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거나 예방하는 정책적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환 기자


'55년간 고객 곁' 화장품 방판원은 근로자일까요?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11>특수형태근로자 포함 추진에 반응 갈려…"안전장치 필요" VS "현 시스템 만족"

아모레퍼시픽 정현정 카운셀러(방문판매원 및 수석마스터)가 고객에게 메이크업 시연을 해주는 모습/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시대가 변하고 유통경로도 다양해졌지만 화장품 방문판매원은 55년간 고객의 곁을 지켰다. 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의 위치에 서있는 점도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정부가 방문판매원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화장품 방문판매원들 사이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16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방문판매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아모레퍼시픽에는 현재 3만3000명의 방문판매원(카운셀러)이 활동한다. LG생활건강의 경우 2만명 규모다. 두 회사 모두 전체 매출에서 방문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판매 채널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을 비롯한 화장품기업의 방문판매원은 출퇴근이 따로 없고 근무시간 역시 자유로운 개인사업자다. 월 수입도 '일하기 나름'이어서 100만원, 1000만원 등 천차만별이다. 장려금도 각자 올린 매출에 따라 산정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판매한 제품의 30%가량을 마진으로 챙기는 구조다.

자율이 주어지는 대신 법의 보호를 받진 못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되지 않아서다. 현행법과 대통령령에 따르면 현재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9개 직군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근로자는 아니지만 '업무상 재해'와 관련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방문판매원도 산재보험이 보장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방문판매원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갈렸다. 보험 보장 등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현재의 근무환경에 만족한다며 법 개정 이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영남지역에서 활동하는 화장품 방문판매원 A씨는 "벌이가 많은 데 반해 보장되는 혜택은 거의 없는 현실"이라며 "산재보험에 이어 고용보험, 건강보험도 보장받게 되면 카운셀러 일이 훨씬 안정감 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B씨도 "카운셀러들끼리 종종 보험 보장 필요성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안전장치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반면 경기지역의 C씨는 "카운셀러 대부분이 가사, 육아의 부담이 있는 주부"라며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업무도 자율적이란 점에서 선택한 직업이므로 현재 시스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D씨는 "카운셀러들 중에서는 가볍게 아르바이트 하듯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법이 바뀌면 그런 사람들은 애매해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법 개정 이후의 상황을 가정해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 회사 관계자는 "방문판매는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인데 방문판매원이 일반 근로자와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될 경우 기존 채널을 유지할 수는 없다"며 "현재의 방문판매 운영방식을 계속 가져갈 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성희 기자



'파출부' 취급 가사노동자 "근로자요? 좋죠"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12> 사회서비스직, 정부정책 추진에 입장 엇갈려…웨딩플래너 "4대보험 원하지 않아"

/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가사도우미 A씨(68·여)는 14년 동안 이 일을 하다 지난해 말 결국 그만뒀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부쳤지만, 쉬는 날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업무 특성 탓에 지칠 때가 많았다. 비인격적 대우도 한몫했다. '파출부 그만두고 싶냐'는 멸시를 받은 적도 있다. A씨는 "일을 하는데도 법적인 근로자가 아니라 보호를 못 받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들도 '근로자'로 인정해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4대보험 등을 보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서비스직'들은 업계별로 찬반 입장이 갈린다. 격무와 비인격적 대우에 시달리는 가사노동자(가사·육아도우미·간병인) 업계는 반기는 반면, 수익성을 중시하는 웨딩플래너 업계 등은 꺼리는 분위기다.

15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특수고용직 규모는 지난해 6월 기준 48만명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 기준 230만명이라 밝혔고, 노동계는 최소 25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조사기관에 따라 통계가 제각각이다.

이중 사회서비스직에 대한 통계도 불분명한데, 관련업계에서는 가사 노동자 규모를 30만~60만명으로 본다. 웨딩플래너도 전국적으로 통계가 잡혀 있지 않지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관련업체 숫자가 약 1300개다.

노동강도가 높은 가사노동자 업계는 정부가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에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고객이 '오늘부터 나오지 마세요' 하면 바로 잘리는 상황인데, 4대보험이 적용되면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받게 된다"며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면 정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재해 보장도 안돼 있으니까 재활용하다 미끄러져 다리라도 부러지면 적용 자체를 못 받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사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년 '가사서비스노동자의 노동화경과 건강실태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간의 절반 이상을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한다'는 응답이 41.8%로 전체 노동자(29%)보다 12%포인트(p) 이상 높았다. '엄격한 마감시간에 쫓기며 일한다'는 응답도 가사노동자는 24.8%로 전체 노동자(21.8%)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가사노동자 B씨(41)는 "집안일을 하다 허리를 삐끗해서 다쳐도 자비로 다 치료했다"며 "왜 똑같이 일하는데 우리만 소외돼야 하느냐"고 말했다.

반면 웨딩플래너 업계의 분위기는 경력에 따라 다소 달랐다. 웨딩플래너 C씨는 "일정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경력이 쌓일수록 버는 돈이 늘고 부가세 3.3%만 떼는 구조"라며 "신입 웨딩플래너들은 4대보험을 원하는데, 경력이 쌓일수록 수익을 중시해 별로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C씨는 "퇴사하거나 웨딩업체가 망하게 될 때 고용보험이 있으면 급여가 나오니 그런 보장은 좀 아쉽지만, 개인사업자기 때문에 손에 쥐는 수익을 더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덕 노무법인 유앤 대표는 "4대보험에 가입하면 돈을 내야 하니까 권리가 확대된다고 해도 달가워하는 입장만은 아닌 것 같다"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특수고용직도 근로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남형도 기자


"0.8%만 노조" 캐디…골프장 "비용늘면 노캐디 시스템"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13> 캐디 노동조합 공공기관 계열 골프장 3곳만…민간 골프장선 해고위험 노출

【천안=뉴시스】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천안상록컨트리클럽(CC) 그린모습. 기사와는 무관. (사진=천안상록CC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3만여명 중 200여명만 노동조합 테두리에 있습니다. 노동자 지위만큼 고용 안정이 필수죠."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에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정책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하면서 관련 노동단체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이다. 노동자 인정에 따른 고용.산재보험 등 골프장이나 캐디들의 비용부담을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것.

현재 골프장 캐디(경기보조원)들이 조합원인 노동조합은 현재 3곳 정도가 알려져 있다. 상록파크랜드와 드림파크, 88컨트리클럽(88CC) 등이 대표적인데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국가보훈처 등 공공기관이 사실상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곳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골프장에 속해 있는 캐디들 중 노조 테두리에 있는 조합원이 230여명 정도다.

이들도 상당기간 골프장 운영을 맡는 이들과 갈등을 겪어왔고 대표적인 곳이 88CC다. 88CC는 1999년 40세 정년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노조 결성 움직임을 시작했고 2009년에는 일부 조합 간부들이 해고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10년에는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수년간의 송사를 거친 끝에 지난 4월에야 노조 간부들이 원직에 복직됐고 단체협약도 다시 체결했다. 단협 과정에서 이들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합의 성과도 일궈냈다.

하지만 이같은 공공기관 골프장과 달리 사기업 골프장은 노조 같은 조직체 구성은 사실상 엄두도 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골프장이 아닌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수당(캐디피)를 직접 받는 구조이고 출퇴근 시간도 다소 가변적인 만큼 노동자 성격에 대한 이견이 있기 때문. 월평균 급여 수준도 250만~300만원 안팎이긴 하지만 노조나 협의체 결성 움직임을 보이면 해고나 근무 배정에서 배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경기 도중 부상 위협에도 시달리고 폭언 등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산재보험 가입 등이 필수지만 변변한 항의조차 쉽지 않다는게 이들의 호소다.

실제로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듯 골프장 관련 단체에서는 "근로자 인정에 대한 판례도 통일되지 않았고 현재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내놓긴 어렵다"며 "다만 현재도 적자를 내는 골프장이 적지 않은 만큼 회사쪽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캐디가 없는 골프 경기방식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권익보호를 꺼내기에 앞서 고용불안 우려마저 큰 것. 전국여성노동조합 관계자도 "민간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들이 노조 결성에 대해 문의를 해 오면 해고 위협에 대해 물어보고 대부분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캐디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먼저 해결하고 고용보험 등 노동자 지위 인정 등 후속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영윤 기자



'실업대란' 없이 특수고용직 보호할 해법은


[특수고용직 해법찾기 下]<14>미국, 종사자에게 선택권 '유연한 운영'…직군별 세분화 '맞춤형' 해법 필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수고용직)의 노동권을 보호하면서 대량해고 사태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직종별로 세분화한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수고용직이 불합리한 계약조건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보호하되 노동시장 경직을 막기 위해 직종별로 특수고용직이 원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특수고용직이 스스로 준근로자와 자영업자(개인사업가) 신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신분을 택할지는 각 특수고용직종의 특성이나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된다.

준근로자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형태로 노조 설립과 가입이 가능하다. 건강보험, 은퇴연금, 단체생명보험 등 복리후생 제공은 고용주의 법적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지만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인 설계사의 경우 보험사가 근로자에게 통상 제공되는 수준의 복리후생을 제공한다.
법적인 권익 보호보다 사업가로서의 성공이나 고소득을 원하는 설계사는 보험사가 제공하는 4대 사회보험 혜택을 못 받더라도 자영업자가 누릴 수 있는 근로의 자유로움과 고소득을 택하고 보험료는 스스로 부담한다.

전문가들은 국내도 미국처럼 특수고용직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되 실제 종사자의 선택권이 존중될 수 있도록 유연한 고용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수고용직에 일반 근로자와 같은 잣대를 획일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직종별로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특수고용직의 범위와 기준이 불명확하고 직종별 실태 파악과 비교 연구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일률적인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적용할 경우 사회적으로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수고용직을 일률적으로 근로자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근로자 개념에 포함하기보다 고용관계의 여부나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구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고용관계 심사제도 등을 운영해 지위 확인이 적절히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특수고용직이라도 보험설계사부터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레미콘 기사에 이르기까지 직종별로 업무환경이 다른데다 같은 직종이라도 수입격차가 큰 만큼 직종별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어 출퇴근이 비교적 일정해 근로자에 가까운 직종은 특수고용직 ‘A군’, 보험설계사처럼 자영업자에 가까운 직종은 ‘B군’ 등으로 나누고 개인도 자신의 신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권 보장 논의는 기존 공장 등 제조업체 재직자 중심의 보호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제조업체와 달리 근로의 자유성이 강한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 근로자들은 미래지향적인 보호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각자 여건에 맞춰 일하기 편하도록 업종 맞춤형으로 선택의 여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 본부장도 "특수고용직은 자영업의 성격이 강해 일반 노동 영역과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권 보호도 표준계약 제정이나 부당한 계약 해지 금지, 세제 혜택 제공 등 실제 종사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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