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위대한 전진'…세계적 공연장 세종문화회관으로

머니투데이 김명곤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 2018.05.23 10:12

[기고]김명곤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전 문화관광부 장관)

세종문화회관이 개관한 1978년, 나는 세종문화회관에 근접해 있는 배화 여자 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어 누구보다 세종문화회관이 개관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당시 시민회관이 불에 타 소실되어 서울의 전문 문화 시설이 부재하던 때에 동양최대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대극장의 규모와 최신식 시설을 갖춘 세종문화회관의 개관은 당시 문화계 뿐 아니라 국가적인 이슈였다.

개관프로그램은 지금도 내 머리 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개관 공연은 당대 최고의 배우와 스탭들이 참여한 공연으로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위대한 전진’이라는 총체극이었다. ‘위대한 전진’을 시작으로 두 달 반의 개관 기념 예술제가 열렸는데, 이 기간 동안 영국 로열발레단, 이탈리아 파로마 오페라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단, 오스트리아 빈 소년합창단, 빈 오페라단, 미국 뉴욕필 등 말로만 듣던 공연단체들이 내한했다.

세계적인 공연단체와 신수정, 정경화, 백건우, 존 서덜랜드, 반 클라이번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국내외 음악가와 단체들을 총망라하여 공연한 개관기념예술제는 국내공연예술의 판도를 바꿔 놓았고, 세종문화회관은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때 모든 공연을 접할 순 없었지만 이 시기는 훗날 내가 예술의 길로 들어서는 데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이후, 1986년 극단 ‘아리랑’을 창단해 1999년까지 대표를 지냈으며 이후 국립극장장과 문화부 장관의 직책을 수행하면서 예술행정과 정책에도 깊숙하게 참여하게 되었다. 이렇게 예술현장에서 길러진 다양한 경험은 나에게 큰 자산이 되었고, 세종문화회관 40주년을 앞둔 시기에 나는 회관의 이사장직을 맡게 되었다.

1988년 예술의 전당 개관, 2000년대 들어서는 뮤지컬 전용 공연장등이 개관하면서 세종문화회관은 입지가 약해지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세종문화회관의 위상은 변함없이 한국의 문화예술의 메카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IT강국을 넘어 예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공연장마다 특화된 기획력과 함께 공연장과 문화 명소 간의 공조도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세종문화회관의 하드웨어인 공연장과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9개 예술단체를 활용하여 주변 명소와 연계하면 서울의 문화 명소로서 활성화될 수 있는 대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광화문 주변에는 호텔, 면세점이 근접해 있어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경복궁, 비원, 청계천 등 명소들을 자주 찾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가 밝힌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은 광화문 일대가 ‘문화벨트’로 조성되어 경제적 파급효과와 관광유발효과로 관광객 유치는 물론, 문화를 통한 산업화에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이라 기대한다.

세종문화회관이 보다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특정 단체 또는 특정 개인의 노력이 아닌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동참, 언론매체의 협조, 그리고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세종문화회관이 그동안 문화예술의 허브 역할을 충실히 해왔지만 40주년을 계기로 세계적인 공연장으로서의 발돋움을 하는 노력과 함께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친숙히 다가가는 정책과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