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자금 블랙홀, 남북경협주 신용거래 10배 급증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18.05.17 17:45

현대건설, 신용잔고 235억→1490억. 신용한도 소진되자 저축은행 찾는 고객들도 많아

남북 경제협력 수혜주가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와 주식담보대출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 신용대출 거래를 하지 못하는 증권사들이 있을 정도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남북 경협의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건설은 올해 초 증권사 신용거래 잔고가 73만5658주(235억원)에 불과했으나 경협논의 이후에 신용공여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현재는 284만8639주(1490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신용거래는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주식을 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대건설의 경우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을 팔아 빚을 갚는 투자자들보다 새로 신용매수를 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이달 들어 하루에 100만~200만주 가량의 신용매매가 이뤄진다. 지난 16일에는 1372억원의 신규 신용매수와 1251억원의 신용 상환거래가 있었다. 하루에 2800억원이 신용거래만 오간 셈이다. 이날 현대건설 거래의 20%가 신용거래였다.

신용거래로 인해 거래대금까지 들썩인다. 올해 초 200억원 남짓했던 현대건설 거래대금은 지난 14일 9419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과거 금강산 관광사업을 펼쳤던 현대엘리베이터도 이 못지 않다.

연초 107억원이었던 현대엘리베이터 신용잔고는 현재 1294억원으로 12배 넘게 늘었고, 하루에 오가는 신용거래만 1000억원이 넘는다. 남북 철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현대로템 역시 신용잔고가 13배 가까이 늘었다.

이 밖에 현대상사, 아난티, 제이에스티나, 계룡건설, 경농, 남해화학, 남화토건 등 경협 관련주로 언급된 대부분 기업들의 신용거래 열기가 쉽게 식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남북 경협주의 신용거래 급증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고객들에게 대출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용거래 증가가 나쁘지 않지만 신용거래가 한 두 업종으로 쏠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신용공여(대출)는 자기자본만큼만 할 수 있는데 남북 경협주로 자금수요가 쏠리다 보니 IT(정보통신)나 유통, 제조, 패션, 음식료 등 다른 업종에서는 신용거래 한도가 점차 줄어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종, 혹은 종목의 신용거래 한도가 줄어들면 아무래도 신규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매도우위 국면이 나타난다"며 "이렇게 되면 주가하락 압력이 커지고 신용거래 전반에 리스크가 확산되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업계는 신용공여가 자기자본 수준까지 육박하자 한도를 대폭 줄였다. 삼성증권의 경우 기존고객 신용융자 한도를 20억원에서 3억원으로, 신규고객 신용융자 한도는 20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한도소진으로 신용거래가 어려워지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주식담보 대출로 갈아타는 고객들도 상당하다. 대출중개업체 관계자는 "통상 일주일에 3~4건의 대출신청이 들어온다"며 "이달 중순 들어서는 하루에 1건 가량 문의가 들어와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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