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8.05.16 05:44

[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 금융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번쯤 들어봤겠지만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용어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 1년 동안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중요한 금융정책 방향이다.

생산적 금융이란 말 그대로 생산적인 부문에 금융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선별(screening) 기능으로 대출대상을 심사해 자금을 배분한다. 금융이 잘 발달하면 기업 등 대출대상의 사업성이나 성공 가능성을 심사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렇게 되면 담보가 없어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게 자금을 배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은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금융회사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생산적 금융 강화라는 정책방향은 우리 금융산업이 가계대출 등 비생산적인 부문에 금융자원을 너무 많이 배분해 왔다는 반성에서 나왔다. 금융이 본연의 역할을 회복해 실물경제 성장에도 기여하고 수익도 올리자는 것이다.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지난 1년간 각종 정책을 내놔 성과도 있었다.

생산적 금융과 관련하여 많이 논의되지 않은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먼저 생산적 금융 강화는 금융권 고용증대와 연결될 수 있다. 금융회사가 대출대상을 제대로 심사하려면 기업 등 고객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금융회사 마케팅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여기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선진국 금융회사들은 이 분야에 이미 많은 인력을 고용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고용증대가 금융회사에 비용부담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금융회사 심사능력이 향상되고 마케팅이 강화되면 이는 곧 금융회사 수익증대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회사의 고용과 수익이 동시에 늘어나 우리 사회와 금융회사가 모두 원하는 바람직한 상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면 분배도 개선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한 심사능력이 떨어지면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자산이 있어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금융자원이 집중된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심사능력이 향상되면 자산담보가 없는 흙수저들도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출을 받아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 경제전체의 분배가 개선될 수 있다.


포용적 금융이란 금융을 잘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과 제도권 금융시스템에서 탈락한 계층에게 금융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최근 금리가 오르고 양극화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이 절실한 만큼 포용적 금융 강화는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얼핏 생각하면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면 금융회사에 비용 증대만을 가져올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제도권 금융내로 ‘포용’하면 이들이 금융회사에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또 제도권 금융의 규모가 커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유효성도 높아질 수 있다. 물론 비용이 일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모두 중요한 금융정책 관련 과제다.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우리 금융이 좀 더 생산적이고 따뜻한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금융정책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목표는 금융안정이라는 점은 잊지 말자.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련 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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