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强달러 동반 공세…신흥시장 위기 "이번엔 다르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8.05.14 15:52

'아르헨티나 악몽' 신흥시장 확산 경고등…'10년 주기 위기론' 촉각


신흥시장 위기설이 다시 번지고 있다. 곳곳에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경고가 빗발친다. 비관론자들은 요 몇 년 운이 좋았을 뿐 한꺼번에 쏟아지는 악재를 모두 피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몇몇 나라는 이미 한계에 부닥쳤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이 나라가 IMF에 손을 벌린 건 2001년 사상 최악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겪은 이후 처음이다. 재정·경상수지 적자(쌍둥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페소가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이 고조되면서 '아르헨티나 악몽'이 되살아났다.

터키, 브라질도 인플레이션이나 재정 면에서 아르헨티나보다 나을 게 없다. 전문가들은 일부 신흥국의 취약성이 신흥시장 전체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를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는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미중 무역전쟁, 중국의 채무위기 등도 신흥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2013년에 이미 연준발 통화긴축의 위력을 실감했다. 특히 신흥시장은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것만으로 요동쳤다. 이른바 '긴축발작'이다.

주목할 건 긴축발작이 오래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준은 테이퍼링에 이어 곧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2015년 12월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섰다. 지난 3월까지 기준금리를 모두 6차례 올렸지만 2013~2014년의 긴축발작은 재발하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연준은 올해 말까지 금리를 2~3차례 더 올릴 전망이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여간 약세를 띠던 달러도 최근 강세로 돌아섰다. 연준이 그동안 금리인상에 신중했던 건 미약한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었지만 지표는 최근 목표치에 근접했다.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 아래 달러 강세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아르헨티나 사태와 관련해 연준의 통화긴축 위험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벌가벗고 헤엄치고 있는지 알 게 된다'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01년에 한 말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공세 아래 달러 값이 고공행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매력에 끌려 신흥시장에 흘러들던 유동성이 달러 자산으로 이탈하기 쉽다. 신흥시장 주식·채권 펀드에서는 이미 근래 보기 드문 자금 유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데스먼드 래크먼 미국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최근 블룸버그에 쓴 칼럼에서 신흥시장 투자자와 정책담당자들의 기억력을 문제 삼았다. 연준의 통화긴축 주기마다 겪은 심각한 후폭풍을 쉽게 잊었다는 것이다. 그는 신흥시장만큼 경험보다 기대가 앞서는 곳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1980년대 남미, 1990년대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10년 만에 또다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10년 주기 위기설'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은 1980년대 남미 위기 수준에 도달했고 기업 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이후 3배나 늘었다. 국제금융협회(IIF) 분석으로는 연준의 통화긴축에 특히 취약한 신흥시장의 달러 빚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6조3000억달러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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