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 北핵실험장 '폐기', 성공적 비핵화 '첫발' 될까

머니투데이 박소연 최경민 기자 | 2018.05.13 17:11

[the300]北. 완전한 비핵화 의지 대내외 과시 의도…사찰·검증 투명성 입증 시험대

북한이 1~6차 핵실험을 진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23~25일 폐쇄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3월 30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4월 20일의 위성사진. (38노스 캡처) /사진=뉴스1
북한이 다음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기를 선언했다. 비핵화의 진정성을 선제적인 행동으로 대내·외에 보이려는 시도로, 비핵화 과정의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12일 발표한 공보를 통해 "핵시험장을 페기(폐기)하는 의식은 5월23일부터 25일 사이에 일기 조건을 고려하면서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며 "핵시험장 페기는 핵시험장의 포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무너져서 떨어짐)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외무성은 또 핵실험장 폐기와 동시에 경비인원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고 핵실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5개국 국제기자단에 이를 공개하고, 베이징-원산항로 전용기와 숙소, 특별전용열차 등을 보장하겠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이 지난달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청와대는 같은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할 것이며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풍계리 갱도 4곳을 폭파하고 막고 인력을 철수한다는 것은 앞으로 '미래의 핵'을 개발하지 않겠단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북한에서 핵실험이 가능한 유일한 장소의 폐쇄이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탑재가 가능하도록 핵을 소형화·고도화하는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즉각 환영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발표에 "고맙다"며 "매우 영리하고 자애로운(gracious) 제스처"라고 치켜세웠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가 아닌 '폐기'를 선언했단 점에 주목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순히 폐쇄·봉인·동결 조치가 아니라 불능화를 넘어서는 폐기"라며 "핵실험장 폐기라는 상징적인 조치로 핵폐기의 방향성과 의지를 분명히 하고, 살라미식으로 시간을 지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북한의 이번 조치는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공개된 후 북미간 긍정적인 메시지가 오가는 가운데 발표된 것으로,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체제보장' 빅딜이 어느정도 진행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북한에 재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한미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신속한 비핵화를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한국의 친구들과 함께 북한의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핵 폐기의 첫 조치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면서 미국도 북한 체제보장의 선제적 조치를 해주길 기대하는 간접적인 메시지가 있다"며 "북미 간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빅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기자단에 일본이 빠진 이유로는 "최근 북일 간 불편한 관계의 현주소가 드러난 것으로, '재팬패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핵실험장 폐쇄 조치 발표에서 기존에 밝혔던 '국제 전문가들' 참가를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일각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BBC는 12일 "북한은 이번에 발표한 성명에서 해외 전문가들이 이 지역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문가 집단에 대한 공개 발표를 추가로 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북한이 비핵화 사찰과 검증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의심을 딛고 이번 핵실험장 폐쇄를 투명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가 비핵화 과정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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