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도 적자 안 하면 파산", 공공공사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8.05.18 04:08
김상범 동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건설은 척박한 글로벌시장을 개척한 선도산업이자 고용 창출과 내수 성장을 주도해온 견인산업이다. 화려한 과거와 달리 건설산업이 직면한 현실은 심각하다.

지난 2005년 5.9%였던 건설산업 평균영업이익률은 10년 만에 0.6%(2015년 기준)로 10분의 1수준으로 악화됐다. 공공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근본원인이다. 공공공사비의 기준이 되는 표준시장단가(구 실적공사비) 기준은 지난 10여년 간 36.5% 하락했다. 표준품셈도 2009년 이후 평균 약 18% 하락 조정됐다.

가뜩이나 공사비 기준이 낮게 책정되는데 여기에 더해 총사업비 관리체계 하에서 관례적으로 단계별 공사비가 삭감된다. 입·낙찰단계에서 표준시장단가는 초기 예정가격의 70%수준에서 그친다. 낙찰률은 법정 최저하한율에 수렴한다.

이 정도면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 투찰이 불가능해 사실상 시장메커니즘이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 발주자와 계약자 사이의 불공정 관행도 공공 공사비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하다. 한국건설관리학회가 수행한 연구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업은 공공사업을 수행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추세다. 중소건설기업에 미치는 공공건설사업의 부정적 파급 효과는 더 크다.

이러한 공공공사비 부족과 건설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고용과 일자리 창출 현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건설산업은 전체 고용의 약 7%를 담당하고 있고 취업계수 도 전체산업 대비 1.8배, 제조업 대비로는 3배다. 그만큼 타 산업보다 고용창출효과가 높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청년고용률은 2004년 5.5%에서 2017년 3.1%로 약 40% 이상 급격히 하락했다. 청년 일자리가 줄고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만 늘어나는 등 고용시장의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공공사비 부족으로 공공공사의 유찰이 늘어나고 공기가 지연되는 한편 관련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건설품질 저하는 물론이고 인프라공사가 상당수인 공공공사의 성격상 국민안전까지 위협한다. R&D 투자 축소에 따른 미래 글로벌 경쟁력 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건설산업은 생산단계에서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소득재분배 효과가 높은 저부가가치 산업이다. 하지만 준공후 활용단계에서는 내수진작과 자산가치 상승, 일자리 창출, 국민 편익 향상, 글로벌 핵심수출상품으로서의 기여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최저 가격에 최고의 상품을 얻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공건설에서 공사비 절감을 통해 표면적 예산을 절감하는 것은 단기 착시 효과일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오히려 품질저하로 유지보수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원칙은 명확하다. 제값을 받아야 제대로 시공할 수 있다. 적정 공사비 없이 건설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 이것이 상생이고 비정상의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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