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저가인수→고가매도 '제2의 이희진' 판친다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김도윤 기자 | 2018.05.11 04:02

[거대한 투기판 장외사설사이트]③세금 '사각지대' 된 장외시장…"저가에 사서 허위정보로 고가에 팔아"

편집자주 | 국내 사설 장외주식사이트는 10개 안팎에 불과하지만 연간 거래규모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외주식 투자를 통한 성공담 등이 퍼져 브로커, 부띠크(소규모 투자자문사),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비상장주식거래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이른바 ‘이희진 사태’가 다시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설 장외사이트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초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은 채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며 수십억원을 챙긴 혐의로 60대 비상장주식 거래업체 대표 김모(63세)씨 등 2명이 징역 8개월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지난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비상장주식 387개 종목을 총 1만8851회에 걸쳐 매매하거나 중개하면서 54억여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정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거래되는 장외거래시장의 특성을 노려 비인가 주식 거래업체나 브로커들이 넘쳐난다.

사설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의 영업행위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하는 투자중개·매매업에 해당하지만 사설 사이트에서 매도자나 매수자를 가장해 영업행위를 하는 경우 적발이 어렵다.

또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나 공개된 장외시장에 나오지 않은 종목에 투자하고 싶은 일반 투자자들로선 이들을 통하지 않고선 사실상 장외종목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들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도 매수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투자과정에서 추천 종목의 적정 매수가격까지 안내하는 등 시장 환경 왜곡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인가 주식 거래업체의 경우 매매·중개 과정이 금융당국의 감독에서 벗어나 각종 세금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은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사업소득세 등을 신고하거나 납부하지 않는다. 직원 등 타인 명의의 계좌를 이용한 매매나 중개도 성행하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임원은 "최근 비인가업체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기존 법인을 폐업하고 신설법인 등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라며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한동안 활동이 뜸해졌다가 기회가 되면 바뀐 법인명으로 다시 영업을 재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희진이 운영한 미라클인베스트먼트처럼 미리 매수한 비상장주식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해 투자자에게 높은 가격에 매도하는 불법행위 역시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이희진은 저가로 인수한 구주를 유료회원에 고가 매도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했다. 그는 지난달 말 열린 1심 판결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130억5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부터 바이오 업종이 주도하는 코스닥 상승랠리가 이어지자 비상장회사 대표가 허위로 상장계획을 발표해 보유주식을 매도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특허나 기술을 내세워 가치를 부풀리는 일도 발생한다.

한 중소기업 상장사 대표는 "부티끄를 통해 지분 투자 제안을 받았는데 지난해 매출액 20억원, 영업손실 16억원을 기록한 한 화장품 회사의 기업가치가 2000억원이 넘더라"며 "바이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좀 더 알아보니 기획형 집단 사기에 가까워서 투자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에 투자할 경우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있는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회사의 기본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업체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는 경우 제도권 금융회사인지를 꼭 확인한 후 거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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