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어린이 벗기는 '19금 게임 광고', 무방비 노출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권혜민 기자 | 2018.05.10 04:26

'아동 성적 대상화' 게임·광고, 현행법상 사각지대…"관련법 개정 등 대책 시급"


국내 게임업체가 어린이날 이벤트 광고에 아동을 성적 대상화한 삽화를 올렸다는 비난이 들끓었지만 현행법상 이를 사전에 걸러낼 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 광고의 규제 사각지대를 더 이상 방치 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게임업체 유스티스는 이달 2일 모바일 게임 '언리쉬드' 홈페이지 게시판에 선정적인 여성 아동 삽화를 올렸다. 교복을 연상케 하는 옷을 입었거나 앳된 여성 캐릭터들이 속살을 노출한 모습이었다.

업체 측은 삽화와 함께 "어린이들을 아끼는 언리쉬드답게 올해도 역시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녹스(카드 캐릭터)들이 등장했다"고 공지했다.

청소년이용불가(청불) 판정을 받은 이 게임은 선정성 문제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구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 통신사들이 연합해 운영하는 원스토어에서는 아직도 내려받을 수 있다.

◇아동 성적 대상화? "나이 안 밝히면 법망 피할 수 있어"


국내 게임업체 유스티스가 이달 2일 모바일 게임 '언리쉬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삽화. 여성 아동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모바일 게임 '언리쉬드' 홈페이지 게시판 캡처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다는 논란은 언리쉬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출시된 '소녀전선'과 올해 초 출시된 '벽람항로', '요리차원' 등에도 어려 보이는 여성 캐릭터가 노출이 심하고 특정 신체 부위가 강조된 채 등장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어려 보이는 캐릭터를 성적 대상화한 게임을 무조건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로 규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게임상에서 해당 캐릭터를 미성년자라고 명시하지 않으면 청소년성보호법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관계자는 "게임물도 청소년성보호법 대상이지만 게임 캐릭터가 명백히 아동이라는 근거가 없으면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법적 제재를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아무리 어려 보이는 캐릭터라도 몇 살인지를 밝히지 않으면 얼마든지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셈이다.

◇"아무나 볼 수 있는 자극적 게임 광고, 걸러줄 장치 만들어야"

게임 광고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게임 콘텐츠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만 게임 광고는 내용 자체가 사전 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상에는 게임 광고가 청불 등 등급 표기를 실제와 다르게 할 경우에만 제재 대상이 될 뿐 청소년 유해성을 규제하는 조항은 없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어린이, 청소년 등 누구에게나 개방된 온라인 공간에 청불 게임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가 올라온 것은 문제"라며 "현재 게임 광고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묘사가 있어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 유해성 없는 전체 이용가 수준의 광고만 허용된다"며 "게임물 광고도 영화비디오진흥법을 참고한다면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광고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 전반의 의식 개선과 구체적인 감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게임 업계는 콘텐츠를 만들고 홍보하는 방식을 정할 때 내부 의사소통 단계를 만들어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정부 기관에서도 제재를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직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최근 선정성 광고에 대해서는 문제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법률과 관계를 살핀 후 필요하다면 게임법 개정 여부를 포함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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