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남북 경협의 빛과 그림자

머니투데이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 2018.05.10 04:37
남북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리면서 한반도는 전에 없는 통일의 봄을 맞고 있다. 그렇다고 통일이 당장 오는 건 아닐 것이다. 통일이란 꽃을 피우기 위해선 봄부터 소쩍새가 울어야 한다. 통일을 앞당기는 가장 효과적인 사전작업으로 경제협력(경협)을 꼽는다. 독일의 통일 경험을 보면 경협은 통일 전 남북 주민간 동질성을 회복하고 경제력 격차를 줄여 다가올 통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북한의 2016년 GNI(국민총소득)는 36조3730억원으로 남한(1639조655억원)의 4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격차를 그대로 둔 채 이루어지는 통일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경협은 천문학적 통일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간주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평화통일을 가정했을 때 통일 후 50년간(2076년까지) 연 96조원, 총 4822조원의 통일비용이 들 것이라고 한다. 이 비용은 북한의 소득이 남한의 66% 수준에 이르는 지점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남북간 교류협력이 전혀 없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포함한 전면적인 교류협력이 이뤄지면 2060년까지 2316조원(연 68조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경협을 통해 통일비용을 무려 반 이상(2257조원)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경협은 남북이 직면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저성장 시대를 맞은 남한 경제 입장에서 경협은 북한의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며 새로운 투자처, 새로운 생산과 소비시장을 만들어준다. 남북 경협을 통해 한국 경제는 경쟁력 있는 선진경제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경협을 통해 접목되는 남한의 우월한 자본주의 경제력은 북한의 폐쇄적 사회주의 경제체질을 바꾸고 향상할 수 있다. 자본과 신기술 유입으로 북한 낙후산업들은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신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하지만 경협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도 사실이다. 이는 경협이 남한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데 따른 문제와 주로 연관된다. 낙후한 북한(경제)을 바라보는 남쪽 사람들의 생각은 시혜적이고 온정적이면서 우월적이고 지배적이다. 현실의 행동에선 후자의 측면이 더 두드러진다. 이렇게 될 때 경협은 우월한 한국 자본주의를 이식해서 북한을 하나의 식민지 경제로 만드는 것으로 작용한다. 경협이란 이름의 정책과 계획에는 예외 없이 이러한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경제지도’도 예외가 아니다.


흡수통일이 된 독일과 달리 한반도는 통일이 되더라도 두 개 체제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많다. 남한 주도의 경제통합은 이런 식의 통일 과정에선 많은 불협화음을 낳아 심각한 통일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겪었던 폐해들, 가령 투기, 저임금 착취, 불평등,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통일 한반도 북쪽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이러한 통일 과정에선 역사체제로서 북한이 가지고 있지만 남한이 결여한 어떠한 요소들(예, 근대화 이전 전통문화, 비시장적 인간관계 등)을 통일 민족공동체에 함께 담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협은 경제 중심의 남북 협력을 의미하지만 그 긍정성을 살리면서 부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비경제적 부문의 남북 교류와 함께해 서로 보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협력이다. 남북을 하나의 생태생명 공동체로 본다면 남북 협력은 훼손된 이 공동체를 되살리는 걸 최우선해야 하고 경협도 그러한 틀 안에 담겨야 한다. 경제일변도가 아니라 경제와 환경이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틀 안에서 경협이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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