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예술이 되는 순간"…아랍의 삶과 역사를 마주하다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 2018.05.09 13:44

레바논 출신 작가 아크람 자타리 한국 첫 개인전…'예술로서의 수집'을 동시대 미술에 자리매김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 전시 전경/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아랍의 삶과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된다. 레바논 출신 작가 아크람 자타리(AkramZaatari)의 한국 첫 개인전 '사진에 저항하다'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오는 11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선보이는 비서구권 현대미술 소개 기획전 중 하나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과 휴웨이 추(Hiuwai Chu)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작가가 설립한 아랍이미지재단이 구축하고 있는 50만점 이상의 사진 아카이브 오브제에서 연구, 분류해 재작업한 사진, 영상, 설치물 등 30여점이 소개된다.

아크람 자타리는 시각아카이브를 창의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예술로서의 수집'을 동시대 미술 안에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작가다. 사진 매체의 정체성을 창의적 방식으로 교란시키고, 재해석하고, 새롭게 각색함으로써 사진 아카이브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을 해왔다. 1995년 이후 작가는 사진을 평면 인쇄물이 아닌 입체적인 작품으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역사와 기억을 재구축하는 데 주목했다.

아크람 자타리는 레바논 독재정권이 무너진 1997년, 동료 사진작가 푸아드 엘쿠리, 사머 모흐다드와 함께 아랍 문화권의 시각이미지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능동적 주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아랍이미지재단'(AIRF, Arab Image Foundation)을 공동 설립했다. 재단은 식민지 시대 스튜디오 사진부터 일반인들의 가족 앨범, 건축가의 도시 기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양의 사진을 수집했다.

이후 '아카이브야 말로 과거로부터 왔지만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인식하면서부터 이미지 속 사건과 인물만이 기록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닌, 그것들을 공유하고 보존하고 기억하는 방식도 주목했다. 녹아내린 네거티브 필름이나 인화지의 구겨진 자국까지 모든 화학적 반응과 그 반응을 이끌어낸 시간의 흐름, 보존상태, 독재시절의 지난함, 전쟁의 불안정 상태 등 역사 해석에 사진 내용만큼이나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는 것을 역설한다.


수집된 사진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작업 의도와 어울리는 사진을 선택해 재촬영한다. 사진과 필름의 물성 자체를 작업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창의적 재해석의 공간을 열어준다.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2017)/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명이기도 한 '사진에 저항하다'(2017)는 한 세트를 이루는 12개의 조각들을 디지털 방식으로 외형이 가공된 판에 올려 만들었다. 주름과 마모가 생긴 젤라틴 네거티브 필름의 3차원 스캔을 재현했다. 형체만을 저장하는 블라인드 이미지 스캐너에 의존한 채 서술적, 미학적인 전통에서 사진을 해방하고 유기적인 특성을 가진 물질로 되돌려 놓는다. 사진 매체의 관념적 정의에 대한 '대항'의 의미를 지님과 동시에 '결합', '비교', '참조'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고자 했다.

'얼굴을 맞대고'(2017)는 1940년대 초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활동한 사진작가 안트라닉 아누치안이 제작한 인물 사진의 유리판을 근접 촬영한 작품이다. 서로 달라붙은 채로 발견된 유리판들 중 2개를 선택해 작업에 사용했다. 제복을 입은 프랑스 군인들의 얼굴이 그들이 통치하던 지역 주민의 모습을 투과하는 듯이 이미지가 겹쳐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식민지의 고단함을 현대로 소환하고자 했다.

아크람 자타리 '사진으로 본 사람들과 현시대'(2010)/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아크람 자타리는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레바논관 대표로 작품을 출품했다. 2006년과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18년 강원국제비엔날레에도 참여했다. 지난 2011년에는 양현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독일 K21 현대미술관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것이다. 올 가을에는 이집트 사르쟈미술재단으로 옮겨 진행할 예정이다. 바르토메우 바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직접 전시의 기획의도와 출품작을 소개하는 MMCA 전시토크와 강의 및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11일부터 8월1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5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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