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는 왜 스타벅스 커피를 8조원에 샀을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배소진 기자 | 2018.05.08 17:18

인스턴트 커피 넘어 고급 커피로 사업 확대…경쟁사 JAB홀딩스 견제 의미

미국 뉴욕에 위치한 네슬레의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 매장. 네슬레는 최근 스타벅스 커피 등의 제품에 대한 판매 및 유통 권리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AFPBBNews=뉴스1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가 최근 스타벅스에 8조원(71억5000만달러) 가까이 투자하기로 했다. 커피 매장이나 공장을 모두 사는 것이 아니고 스타벅스 브랜드를 단 커피와 차 제품에 대한 판매·유통 권리를 얻는데 만 쓴 돈이 이 정도다.

네스카페와 폴저스, 맥스웰하우스 등 이미 세계적인 커피 상품을 가진 네슬레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회복이다. 투자전문기업 서스쿼하나 파이낸셜 그룹에 따르면 네슬레의 미국 커피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스타벅스(15%)는 물론 패스트푸드 전문점 던킨도너츠(6%)보다도 못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네슬레가 강점을 가진 인스턴트 커피보다 고급 커피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60세 미만이라면 누구든 네슬레가 지루하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네슬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이유가 고리타분한 이미지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의 에릭 고든 교수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네슬레의 커피 브랜드 인지도는 제로(0)에 가깝다"고 했다.

네슬레는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고급 커피 사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지난해 9월 핸드 드립 커피 체인 블루보틀를 인수한 데 이어 11월에는 유기농 커피로 내리는 고급 커피 '카멜레온 콜드브루'를 사들였다. 블루보틀은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100점 중 80점 이상을 받은 고급 커피) 중 일일이 커피를 내리는 '느린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커피계의 애플'로 불렸다.


네슬레의 커피 사업 강화에는 경쟁자의 움직임과도 연관이 있다. 룩셈부르크를 기반으로 둔 다국적 식품회사 JAB홀딩스는 최근 몇 년간 '네슬레 타도'를 내걸고 계속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만 커피 회사 인수를 위해 400억달러를 투자했다. 2015년 캡슐커피 메이커인 큐리그 그린 마운틴을 139억 달러에 인수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같은 해 몬델리즈 커피 사업부를 인수했으며 2016년에는 크리스피크림도넛을 사들였다. 작년에는 유명 브런치 카페 체인인 파네라브레드까지 손에 넣으며 커피 사업을 확대했다.

본토벨 AG은행의 진 필리페 버치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스타벅스와의 거래로 네슬레는 JAB를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게 됐다"며 "(스타벅스에 내는 가격이) 비싸 보일 수 있으나 3~4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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