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년 된 사문화 법 강제하는 국토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8.05.09 05:00
“휴대폰 팔려면 휴대폰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한 아파트 분양대행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10년 동안 사문화한 규정을 뒤늦게 들고 나와 분양대행업체에 건설업 등록을 강요하자 이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했다.

국토부는 부실한 분양상담, 당첨자 임의변경 등과 같은 문제가 자격이 없는 분양대행업체 때문이라고 보고 건설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는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근거로 든 것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다. 규정에 따르면 분양대행 업무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등록한 건설업자여야 한다. 여기서 건설업자란 건축공사업이나 토목건축공사업을 하는 회사다. 청약자 서류접수나 당첨자 확인 등이 주 업무인 분양대행 업무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 조항은 2007년 8월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건설업계에 따르면 법이 만들어질 당시나 지금이나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건설업 면허를 가지고 분양대행 업무를 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약 10년 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갑자기 들고 나오니 건설업계에선 황당할 노릇이다.


이 규정은 왜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국토부에 알아보니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1990년대 말부터 분양대행이라는 업무가 하나의 전문영역으로 자리잡기 시작하자 2007년에 외부 업체가 분양업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근거를 새로 마련했다고 한다.

당시 법을 만든 취지가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고치기 위해서였다고 하면 지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도 현실에 맞도록 고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국토부는 “아직 개정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가 앞뒤 꽉 막힌 원칙만 고수하는 동안 분양대행업체를 구할 수 없는 건설사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분양일정이 속절없이 미뤄지면 새 집 청약을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는 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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