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대감 회복은 '입맛'부터…설레는 식품·유통가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18.05.10 04:10

[경제가 평화다⑥-식품·유통]초코파이·우유·커피믹스 공급재개 전망…농심·오뚜기 운송비 절감효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스틸컷
"한국의 초코파이를 먹고 싶다" 지난해 말 귀순한 북한병사 오청성씨가 수술 직후 내뱉은 이 말은 북한 내 초코파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오리온은 당장 아주대병원에 초코파이 100박스를 전달했고, 오씨에 평생 초코파이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4.27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교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식품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경제협력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예상보다 좋은 기류가 형성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북한 인기 아이템이었던 초코파이, 커피믹스, 라면 등의 공급 재개는 물론, 물류비용 감소,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통한 이미지 개선, 유라시아 대륙 진출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남북 경협 재개 움직임에 먼저 주목받는 것은 과거 인기 품목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2004년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 하루 2개씩 간식으로 지급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당시 오리온롯데제과가 중간 유통업자를 통해 공동으로 초코파이를 납품했는데, 2011년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장마당에서 초코파이를 개당 1만원 넘는 가격에 되파는 것이 적발돼 지급이 중단됐다. 남북 교류가 시작되면 상징성이 큰 초코파이 공급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개성공단에 입점한 CU편의점. 왼쪽부터 1,2,3호점/사진제공=BGF리테일

유통업체 중에서는 개성공단에서 편의점 3곳을 운영했던 BGF리테일의 CU편의점이 빛을 볼 전망이다. 점포가 남아있어 개성공단 재가동시 즉각 운영을 재개할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추후 현지 진출도 모색할 만하다.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인기있었던 커피믹스, 라면, 우유는 물론, 조미료·전통장류 등 기초식품 생산기업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소비력이 낮지만 정부 지원이 더해질 경우 직접적 소비시장으로 역할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농심 백산수 이동루트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이 개통될 경우 물류비 절감효과도 크다. 백두산 기슭 중국 옌볜 공장에서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이 대표 수혜기업이다. 농심은 2015년 '나진-하산 프로젝트' 3차 시범 운송사업의 일환으로 백산수 170여톤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운송, 기존 루트보다 운송거리를 800km 줄인 바 있다. 북한을 관통하는 육로·철길이 열린다면 비용 절감효과는 훨씬 커진다. 더 가까워질 중국·러시아에서의 사업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오뚜기는 러시아 마요네즈 시장 1위인데, 전량 국내 생산하기 때문에 운송비용 절감이 절실하다.

남북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도 어렵지 않다. 평양냉면, 문배주 등은 남한에서도 많이 생산하지만, 원조는 북한이다. 북한 레시피와 남한 기술력이 더해진 제품이 탄생한다면 진정한 'K푸드'로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코리아 프리미엄'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호적 관계가 지속되면 향후 남북 합작 식품기업 설립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대북 제재안, 소득격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6만원으로 남한(3198만원)의 5% 수준이다. 정부 지원 없이는 원활한 물자교류가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북한과 물가·소득 격차가 커 북한 시장이 개방돼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정부 보조금이나 최소한의 이익보장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자재 암거래, 유사품, 북측의 남한 제품에 대한 경계 등도 걸림돌이다.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자 북측이 아예 포장지에 브랜드 로고를 지우라고 했던 일화나, 자체 제조한 '경단설기'를 공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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