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북한 제대로 알기, 책 한권의 힘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 2018.05.08 17:32
"김정은과 트럼프 둘 다 정신병자인줄 알았는데 계산도 빠르고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들 같다. 각자 원하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고, 서로 필요했던 것 같다."

지난 3월 초 문학대담에서 소설가 황석영이 했던 말이다. 황 작가뿐만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갖고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는 전쟁광, 로켓맨이었다.

하지만 고정관념이 깨졌다. 올 초 김 위원장의 신년사 영상이 공개되자 '생각보다 정상적인' 모습에 한 번 놀랐고,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생중계에서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에 두 번 놀랐다.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지난달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남북관계 및 통일관련 서적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뛰었다. 다른 장르 서적에 비해 절대적인 수량은 적지만 워낙 독자 반응이 없던 분야였던 터라 출판계도 적잖이 놀랐다.

과거 남북 대화 접점에 있었던 관계자들과 북한을 직접 취재했던 기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통계 수치를 기반으로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증명한 외국 학자의 학술서, 북한 실생활이 반영된 탈북 작가들의 소설까지 독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누군가에 의해 포장된 북한이 아닌,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북한을 판단하고자 하는 의지에서다.


남북 해빙 무드를 감지한 몇몇 출판사들이 지난해부터 관련 서적을 선보였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신간은 물론 구간 판매량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다른 출판사에서도 관련 서적 기획과 출판 계획을 미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은 저자가 수년 혹은 수십년, 길게는 평생을 바쳐 고민한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깊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는 속도 경쟁 시대에 '좋은 책' 한권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아메리카대륙 발견에는 '동방견문록'이 상상력을 자극했고 독일 나치의 만행을 알리는데 '안네의 일기'만한 것이 없었다. "북한을 제대로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요즘, 독자들은 그런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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