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에 국경이 사라진다면

머니투데이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 | 2018.05.08 14:46
불과 열흘 전 우리는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을 경험했다.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고 국경을 넘나드는 놀랍고도 가슴 뭉클한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금융산업은 오랜 기간 경계가 분명한 ‘내수산업’이었다.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소수의 사업자들만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이익의 9할 이상이 국내영업에서 나오니 그런 평가가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금융산업=내수산업’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최근 점점 강해지고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금융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요구하고 있다. 핀테크, 가상통화, 블록체인, 오픈플랫폼 등의 영향으로 금융 업종간 경계는 물론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국경도 이제는 큰 걸림돌이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가상통화를 활용한 해외송금서비스가 있다. 송금과정에 가상통화가 이용되고 상대편이 수취한 가상통화를 그 나라 법정통화로 쉽게 바꿀 수 있다면 해외송금에 있어 은행은 더 이상 독점적 사업자가 아니다. 국가에 의한 외환통제도 실효성을 상실할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은 모바일결제시스템 알리페이를 세계적 결제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동남아와 유럽국가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수년 내 전세계 20억명이 이용하는 결제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일이 실현된다면 그 나라의 결제망은 알리페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고 알리페이는 결제시장의 선점효과를 토대로 부가 금융서비스까지 확장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동남아 현지 금융회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세계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도 금융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이력부족자(thin filer)들이 주 타겟이다. 엄청난 양의 거래데이터를 가진 플랫폼 기업이 금융에 관심을 갖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외에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이 유통 등 여타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례는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금융은 내수산업이니 이러한 파고(波高)를 정부가 적절히 막아야 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아마도 그럴수록 우리 금융수요자들은 기를 쓰고 외국으로 나가려 할 것이다. 좋든 싫든 돈은 결국 규제수준이 낮고 편리한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성을 외면하고 우리 안에만 갇혀있다 보면 금융에 국경이 사라지는 날, 우리는 이미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한국 금융의 진짜 경쟁자가 누구일지 생각하면서 금융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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