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자택 '비밀의 방' 확인, 9시간 압수수색 종료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김영상 기자 | 2018.05.02 21:13

(종합2)관세청, 조사관 20여명 투입…은밀한 공간 확인하고 박스 2개 분량 압수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관세포탈 혐의를 조사 중인 관세청 인천본부세관 조사관들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차에 싣고 있다. /사진=뉴스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관세포탈 의혹을 조사 중인 관세청이 조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9시간의 압수수색을 마쳤다.

관세청은 이날 자택 내에 '비밀의 방'의 존재를 확인하고 관련 물품을 압수했다.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조 회장 일가의 혐의가 입증될지 관심이 쏠린다.

(☞본지 5월2일 보도 [단독]"조양호 회장 자택에 '비밀의 방' 있다" 폭로, [단독]관세청, 조양호 회장 자택 '또다시 압수수색' 참고)

관세청은 2일 오전 11시20분부터 오후 8시20분까지 조사관 20여명을 투입해 조 회장과 이 이사장 부부,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 등이 거주하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항항공 수하물서비스팀과 의전팀, 강서구 방화동 본사 전산센터, 서울 서소문 ㈜한진 서울국제물류지점 등도 포함됐다.

관세청은 지난달 1·2차 압수수색 이후 자택 내에 외부인이 알지 못하는 '비밀의 방'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이날 3차 압수수색에 나섰다.

압수수색 결과 실제 비밀의 방은 존재했다. 관세청은 이전 압수수색에서 발견하지 못한 은밀한 공간을 확인하고 박스 2개 분량의 압수품을 확보했다. 다만 압수품의 내용에는 함구했다.

관세청이 평창동 자택을 다시 압수수색 한 건 지난달 21일 1차 압수수색 이후 11일 만이다. 당시 관세청은 평창동 자택을 비롯해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자택,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3일 2차 압수수색 때는 조사관 20여 명을 동원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와 서울 중구 한진관광 사무실, 대한항공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은 자택 내 외부인이 알지 못하는 ‘비밀의 방’이 있다는 제보를 확인하고 그 안의 물품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뒀다. 평창동 은밀한 공간의 존재는 한진 일가의 최측근 사이에서만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자택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씨는 최근 서울 모처에서 머니투데이 취재진과 만나 “평창동 자택에는 일반인이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공간이 존재한다”며 “비밀의 공간에 고가의 밀수품이나 비자금 등이 존재할 수 있어 제대로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평창동 자택에 박스로 포장된 물건이 도착하면 이명희 이사장이 직접 내용물을 정리했다”며 “이 이사장이 평소 의심이 많은 성격이기 때문에 귀중한 물품을 평범한 곳에 보관하지 않고 본인이 따로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창동 자택은 대지가 750평방미터(㎡, 약 230평)에 건물 면적이 1404평방미터(약 425평)에 이른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외부인이 알 수 없는 방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은 충분한 셈이다.

A씨가 지목한 비밀 공간은 2곳으로 이날 압수수색에서 모두 확인됐다. 우선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방이 있는 자택 지하 1층 구석에 ‘ㄱ’자형 공간이다. 이 곳에 가려면 먼저 이 이사장과 조 회장의 방이 있는 1층에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후 조 전 전무 방 옆에 서재를 통해야 한다. 서재에 들어가면 한쪽 구석에 문이 하나 있는데 이 문은 창고로 연결된다.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창고 한쪽 벽면에서 다시 문을 열면 ‘ㄱ’자형 공간이 나온다.

자택 근무자들은 이 공간을 ‘드라이아이스 방’이라고 불렀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어놓은 것처럼 시원했기 때문이다. 이 방은 폭 1~1.5m, 가로는 10~15m, 세로는 10m 정도다. 원래 자택 안주인인 이 이사장은 이곳에 선반을 설치하고 고추장, 된장 등을 보관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비교적 최근에 이 방에 공사를 했다는 게 제보자의 증언이다. A씨는 “벽으로 공간을 나누는 공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밀 공간은 2층 이 이사장의 드레스룸이다. 이곳 역시 최근 자택 공사 이후 기존보다 공간이 대폭 축소됐다고 한다. 기존에 폭 2m, 길이 10m의 방이었는데 공사 이후 길이가 5m로 줄고 가운데 갈색 벽이 생겼다는 증언이다. 아무도 모르게 숨겨진 공간을 만들어놨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1차 압수수색 이후 평창동 자택에서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택에서는 다량의 파쇄된 문서를 비롯해 오래된 귀금속 보증서 등이 버려졌다. 파쇄된 문서 규모가 A4 용지 1000장 이상으로 추정되는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주요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없애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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