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링크 땐 광고 도배?… "홈페이지 품질이 매체 경쟁력"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 2018.05.04 04:00

대책없는 어뷰징 장사? No 어뷰징 막는 근원 해법…포털-미디어 건전한 생태계 상생 첫발


“선정적 광고로 도배된 언론사 사이트로 접속돼 이용자 불편만 초래할 것이다. 포털만큼의 댓글 관리 능력을 갖춘 언론사들이 있겠는가.”

드루킹 사태로 촉발된 포털 여론조작 논란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포털 뉴스 아웃링크 전환 이슈에 대해 반대론자들이 내놓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서비스 초기 혼란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아웃링크 전환을 통한 뉴스 유통구조 개선은 사이버 여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는 게 다수 미디어 학자들의 견해다. 아웃링크란 포털 뉴스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접속해 뉴스를 보여주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네이버, 다음은 뉴스 콘텐츠를 사들여 포털 내부에서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쓴다. 아웃링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의 허실을 알아봤다.

◇선정적 광고로 도배되고, 속도 느려진다?

아웃링크 전환 반대론자들의 가장 큰 명분은 방식 변경시 이용자들이 크게 불편해질 것이라는 이유다. 느려터진 페이지 로딩속도(페이지를 불러오는 속도)에 성인광고로 도배된 사이트가 연결되는 등 포털 이용자들이 만만치 않은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것. 실제 언론사마다 시스템 환경이 달라 로딩 속도가 제각각이다. 매체마다 광고 게재 허용 기준도 다르다. 포털 뉴스의 일관된 패턴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을 순 있다.

하지만 접속할 때마다 페이지가 열리지 않는다거나 광고물로 도배돼 있는 언론사 사이트는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또 포털 뉴스 제휴 과정에서 불이익 대상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론 페이지 로딩 속도 품질과 독자 친화적 광고정책, 보안정책 등 사이트 경쟁력 여부에 따라 매체 우열이 갈리고, 자연스럽게 시장이 정화될 것이라는 게 미디어 학자들의 주장이다.

◇뉴스캐스트 실패사례도 있다는데...

아웃링크는 이미 실패했다? 반대론자들은 아웃링크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과거 ‘뉴스캐스트’를 꼽는다. 뉴스캐스트는 네이버가 2009년 도입했다가 2013년 중단한 뉴스 유통 방식. 각 언론사들은 네이버 메인화면에 자체적으로 편집한 기사 5개 정도를 걸 수 있고, 해당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가 직접 열린다. 그러나 뉴스캐스트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낚시성 편집 논란으로 서비스 개시 5년 만에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아웃링크 논의는 뉴스캐스트와는 분리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뉴스캐스트의 경우 언론사들이 하루 단 5개의 기사만 편집할 수 있었던 만큼, 자극적으로 기사 제목을 다는 이른바 '어뷰징(선정적 기사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 경쟁이 심했다. 어떻게든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어뷰징 경쟁은 포털에 종속된 뉴스 유통 구조에서 발생했던 부작용인데, 이를 그대로 아웃링크 방식 전환 이후에도 동일시하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가령 모든 뉴스 콘텐츠를 언론사 사이트로 유도하는 아웃링크 방식에선 기사 제목 못지 않게 매체 브랜드도 이용자들이 기사를 클릭하는 주요 선택 기준이 된다. 뉴스 콘텐츠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가 매체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뷰징으로 클릭 장사하는 언론사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다.

◇언론사 댓글 시스템이 여론조작 더 심할 것


포털과 일부 미디어 업계는 아웃링크가 전면화될 경우, 언론사들의 댓글 운영능력 부재로 오히려 여론 왜곡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또한 기우에 불과하다.

아웃링크가 전면 시행될 경우, 언론사마다 다양한 토론 게시판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획일적이라 조작과 명예훼손에 취약한 포털 게시판과 달리,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이버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

해외 유수 언론사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뉴욕타임스는 수준 높은 댓글과 풍부한 토론이 이뤄지는 것으로 유명한 데, 댓글의 우수 이용자를 선정하고 좋은 댓글을 홈페이지 중앙에 배치하기도 한다. 또 뉴스 가치나 독자의 관심사를 고려해 기사의 10% 정도에만 댓글을 허용하고 있으며 댓글 허용시간도 24시간으로 제한한다. 영국의 가디언 역시 인종, 이민 등 논쟁적 주제의 기사의 경우 댓글을 허용하는 기사 수를 제한하고 3일 동안만 댓글을 공개한다.

◇아웃링크는 언론-포털 윈윈 모델 만드는 첫걸음

아웃링크 방식 전환은 건전한 한국의 미디어 생태계와 포털-미디어 상생 관계를 형성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들의 포털 뉴스 의존 비율은 77% 에 달하고 있다. 뉴스 편집부터 유통까지 쥔 포털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언론사들의 디지털 편집 경쟁도 사라졌다. 언론사 사이트 순 방문자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 사실 언론사 뉴스 사이트 메인화면은 단순히 뉴스 콘텐츠를 모아둔 공간이 아니다. 뉴스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토론공간을 두느냐, 보다 심층적인 전문 콘텐츠와 그 언론만의 고유 시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야심차게 차별화 경쟁이 펼쳐졌지만, 이제는 제대로 관리되는 언론사 사이트를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수익은 포털에게 뉴스 콘텐츠를 주고 받는 전재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언론사들의 포털 전재료 수익은 극히 미미하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일부 주요 언론사가 네이버로부터 받는 전재료는 회사당 연간 10억~2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를 위해선 무엇보다 디지털 공간에서 언론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웃링크를 통한 트래픽 유입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다. 포털들의 주장대로 트래픽이 늘어난다 해도 광고 수익이 그만큼 비례해 늘진 않는다. 하지만 언론사로의 트래픽 확대는 콘텐츠 유료화와 정보융합형 광고사업 등 새로운 언론계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는 기반이다. 언론사 스스로 자생기반을 갖춘다는 건 권력과 자본에서 보다 자유로운 환경을 갖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포털 입장에서도 아웃링크 전환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기사 콘텐츠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정치적 편향성 책임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언론사 역시 그에 걸 맞는 무거운 책임감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다양한 중소 산업 영역에서 독과점 횡포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웃링크를 통해 경쟁력 있는 언론사 사이트들이 배출된다면 새로운 상생모델이 될 수 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댓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댓글보다 진짜 문제는 뉴스 유통의 독점 구조”라며 “가두리 양식 구조로 언론사의 역량과 무관하게 포털 제휴사가 되면 일정 수준의 노출이 보장되면서 나쁜 언론까지 다 살아남고 여론 조작도 쉬워졌는데, 기본적으로 미디어 생태계의 시장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쪽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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