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올해 개관 20주년과 이왕가미술관 건립 80주년을 맞아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전시를 연다. 덕수궁관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한국 최초의 근대 미술관으로써 건물이 가진 의미와 한국 근대 미술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2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 간담회에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올해는 1938년 '이왕가미술관'이란 이름으로 건립된 지 80주년이 되는 해이자, 덕수궁관 개관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고 말문을 열었다.
마리 관장은 "처음 건립됐을 때 덕수궁 석조전 동관은 일본 근대 미술품으로, 서관은 한국 근대 미술품 대신 조선시대 이전 공예품 등을 중심으로 채워졌다"며 "당시 전시들은 지배·피지배 구조의 식민지적 발상이 반영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소장해온 한국 근대 미술 걸작들을 소개함으로써 미술사적 맥락에서 작품을 재조명하고, 당시에는 이뤄지지 못했던 이상적 미술관의 모습을 현대적 시점에서 재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938년 건축과 이왕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탄생과 1972년 근대미술 60년 전 △1973~1998년: 기증을 통한 근대미술 컬렉션 △1998년 덕수궁관 개관과 다시 찾은 근대미술 △미술관, 20년의 궤적 등 총 5부로 구성했다.
고희동, 이중섭, 박수근 등 근대 미술 대표작가 73명의 작품과 김환기의 '론도', 이상범의 '초동' 등 국가문화재를 포함해 총 90점을 소개한다. 미술관 건립 이야기부터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근대미술 소장품의 역사, 1998년 덕수궁관 개관으로 본격화한 근대 소장품의 발굴과 수집의 뒷이야기 등 우리 근대미술의 생생한 역사를 볼 수 있다. 이왕가미술관 건립 당시의 설계도면(한국과 일본 소장)과 자료들을 대중에 최초로 공개한다.
과거에 진행했던 전시도 재조명한다.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 설립(당시 경복궁 소재) 이후 1972년에 실질적인 개관전으로 열렸던 한국근대미술 60년'은 전시 당시까지 약 60년간의 한국 근대미술을 최초로 조명했던 전시다. 1998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당시 명칭 '덕수궁미술관') 개관과 함께 열렸던 '다시 찾은 근대미술' 전시도 주목한다.
덕수궁관 건축물을 재해석한 하태석 작가(건축가 겸 미디어아티스트)의 신작도 공개한다. 하 작가는 정육면체의 미술관 중앙홀을 중심으로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미술관의 건축 콘셉트를 통해 덕수궁관의 건축적 가치를 보여준다.
미술관이 가진 건축 미학을 쉽게 음미할 수 있도록 한 '덕수궁관 팔경(八景)'도 전시의 백미다. 김 교수는 "미술품과 마찬가지로 미술관 건물 자체도 근대의 걸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덕수궁관을 잘 이해하기 위해 건물을 잘 볼 수 있는 경관 8곳을 선정해 감상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한국 근대 미술 작품들이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많이 사라진 가운데 이 정도 작품이라도 남아 있는 건 기적"이라며 "그 중에서도 많은 작품들을 국립미술관이 소장하면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가 지닌 가치와 의미를 강조했다.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은 오는 3일부터 10월14일까지 덕수궁관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