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정말 삼성의 포스코화가 목적일까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 2018.05.01 04:32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 처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4년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촉발된 문제를 재점화시킨 것이다.

이 문제의 요지는 2가지다. 첫째, 총자산 대비 투·융자 비율을 계산할 때 모든 금융업권이 시가평가로 계산하는데 보험업권만 취득원가로 계산하니 보험업도 시가로 통일해야 한다는 논리다. 둘째, 보험업법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은 삼성에 특혜를 주는 것이란 지적이다. 보험사의 투·융자 비율을 시가평가하면 전 보험사 중 삼성생명만 자회사 지분을 총자산의 3% 초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보험업법의 ‘3%룰’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치권 일각의 주장과 이를 수용한 최 위원장의 입장은 일면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본질은 간과하고 있다. 법 취지다. ‘3%룰’은 보험사가 고객의 돈으로 대주주나 자회사를 돕는 사금고화 방지가 목표다. 이 때문에 자회사 주식을 얼마에 사줬느냐(취득원가)가 현재 그 주가가 얼마냐(시가)보다 중요하다. 법 취지를 보면 원가평가가 더 적합하다.

게다가 다른 선진국에서도 보험업권에 대해서는 다른 금융업권과 달리 투·융자 비율을 원가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4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종걸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금융위측은 “미국은 주별로 (총자산 대비 특정회사의 지분가치를) 시가(총자산)-시가(특정회사 지분)로 하는 데도 있고 원가-원가, 시가-원가로 하는 곳도 있다. 일본은 원가-원가로 한다”며 “장기투자의 특성상 보험업에 대해선 외국에서도 약간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험업의 경우 회계상으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겠다고 하면 시가평가해 평가손익을 반영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만기까지 보유할 채권이니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측은 특정 자산에 편중돼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시가평가가 적절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편중 리스크는 RBC(보험금 지급여력) 비율로 한다”며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가 RBC 제도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2021년에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시행되면서 신 지급여력제도(K-ICS, 킥스)가 도입되면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의 위험도 평가가 훨씬 더 엄격해져 주식 보유에 따라 쌓아야 할 자본이 크게 늘어난다. 자본 충당 여력이 안 되면 주식 자산을 줄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보험업권의 투·융자 비율을 시가로 바꾼다고 보험사의 사금고화 방지가 강화되는 것도, 자산의 편중 리스크 관리가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보험업법 개정의 목적이 편중 리스크 관리라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지 않더라도 킥스에 따라 자본을 확충할 수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런 법 취지를 건너뛴 채 여당과 최 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만을 요구하는 보험업법 개정과 이에 대한 대비를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월13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용태 정무위원장은 “항간에 삼성전자를 포스코처럼, KT처럼 만들려고 하는 정권의 작전이 착착 수행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인 플레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포스코나 KT처럼 정권이 통제하겠다는 방식”이라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 4월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논란과 관련,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말로 금융이 개혁 대상임을 분명히 했고 그로부터 7일 뒤인 지난 4월20일, 최 위원장은 갑자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팔면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의 지분율이 20%에서 15% 밑으로 떨어진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든 안 사든 삼성전자 최대주주가 돼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강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물산이 지주사가 되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2년 내 매각해야 한다. 삼성 각 계열사의 소유지분이 분산돼 삼성전자는 정말 포스코를 닮아갈 수 있다. 이게 금융개혁, 재벌개혁의 종착지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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