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댓글 장악…포털, 아웃링크 도입 등 시스템 바꿔야"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 2018.04.27 14:31

전문가들 "포털의 뉴스 독점 부작용 우려…뉴스콘텐츠에 합당한 가치 지불, 시스템 전반 검토"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댓글조작을 통해 본 한국 인터넷 여론형성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네이버 포털 이용자 1%가 댓글의 50%를 달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이훈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디어와 사회과학 전문가들이 지금의 포털 뉴스 시스템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포털이 뉴스 공급을 독점하면서 여론조작이 쉬워지고 콘텐츠에 대한 바른 가치가 정립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뉴스 아웃링크 서비스 도입, 댓글서비스 폐지 혹은 댓글 정렬 시스템 변경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27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진행된 '댓글조작을 통해 본 한국 인터넷 여론형성의 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1%가 다는 댓글이 사회적으로 무슨 영향력이 있겠냐는 말이 있는데 지금처럼 촘촘한 네트워크가 구축된 사회에서는 아주 적은 비율의 사람이 전체 네트워크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잘못된 사실이 눈에 보였을 때 좋은 법과 제도를 통해 바로 잡아야한다"고 꼬집었다. 드루킹 사태로 촉발된 네이버 뉴스 댓글조작 영향이 예상보다 클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수년 전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됐던 인터넷실명제가 이제 유럽에서 문제가 되는 등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가 겪어보지 못한 문제를 몇년 앞서서 겪는 경향이 있다"며 "단순히 선진국 모델을 베끼는 게 아니라 진지하고 깊은 토론을 통해 합의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송준모 연세대학교 다중극화와 불평등 SSK연구단 연구원도 "현재의 (포털 뉴스) 시스템을 보면 합리적 의사소통이 아니라 철저한 화력 동원을 통해서만 상위에 올라가고 여론으로 인식된다"며 "사회적으로 봤을 때 논리적 토론을 나누기 보다 상대를 선동당한 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시스템 전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왜곡된 미디어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해 아웃링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규섭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아웃링크를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분산효과로 여론조작 가능성은 줄일 수 있다"며 "유사언론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미디어 생태계의 시장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아웃링크를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을 네이버에만 집중하지말고 전체적인 뉴스 시스템을 살펴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문제가 단 하나에 기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댓글에 대한 설계 자체가 다시돼야하고 인링크와 아웃링크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댓글 정렬 방식을 없애고 근본적으로 뉴스 소비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영득 연세대학교 다중극화와 불평등 SSK 연구단 전임연구원은 "베스트 댓글이나 공감순 정렬 방식은 의견을 획일화 시키는 등 여론 조작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정렬 방식을 없앨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포털이 뉴스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게 문제인데 뉴스 콘텐츠에 합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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