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이 대규모 철도 건설 사업을 주도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사업에 IB업계도 향후 진행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26일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한국교통연구원 주관으로 실시한 GTX-A노선 우선협상대상자 평가에서 경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제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1000점 만점에 921.43점을 획득하며 현대건설 컨소시엄(865.87)을 따돌렸다.
양측은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신한은행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3일, 25일 두 차례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친 후 김포 인근에서 25일부터 1박2일 동안 2차 PT를 진행하며 기술과 가격 부문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가운데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신한금융GIB의 경쟁력을 내세워 근소한 차이로 승기를 잡았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업은 경기도 파주 운정에서부터 서울 삼성역을 거쳐 화성 동탄을 잇는 총 83.1㎞ 구간, A노선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시공사는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올해 연말 공사에 착수해 60개월 간 공사 기간을 거친다. 사업자가 30년 동안 운영권을 갖는다. 이번 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사업 위험을 각각 40%, 60%씩 부담하는 '위험분담형 민간투자사업(BTO-rs)'으로 추진된다.
이처럼 민자사업자 공모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동안 금융권의 투자자는 건설사의 후방에서 금융자문이나 주선, 준공 후 사업 운영에 집중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와 달리 신한금융GIB는 이번 사업에 초기단계부터 선점하기 위해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신한생명과 신한금융투자 등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이 철도 사업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을 필두로 대림산업·대우건설·SK건설·한진중공업·쌍용건설·도화엔지니어링 등 건설업계가 금융회사 컨소시엄에 들어갔다. 운영사로는 서울교통공사와 SR이 참여했다.
신한 컨소시엄은 입찰 과정에서 공사비 조달의 경쟁력을 앞세워 정부보조금과 이용객의 사용료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부각시켰다. 건설 투자자가 사업자로 선정되면 시공사가 공사 뿐만 아니라 사업 전반을 관리하면서 전체적인 공사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역으로 강조한 것이다. 반면 재무적 투자자는 입찰을 통해 공사비를 낮출 수 있고 금융주선 경험을 토대로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재무적 투자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모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처럼 민자사업도 유사한 흐름의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7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IB 조직을 하나의 지휘체계로 묶은 GIB(Group&Global Investment Banking) 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이후 5680억원 규모 판교 알파돔시티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사업을 따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