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참견시점│① 내가 아는 나, 남이 보는 나

서지연 ize 기자 | 2018.04.24 09:03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매니저의 제보로 시작한다. ‘잘해주시는데 이상하게 힘들다’, ‘저에게만 너무 의지한다’, ‘흥을 좀 줄였으면 좋겠다’ 등 매니저들의 고민은 제각각이고, 카메라는 제보 내용을 확인하려는 듯 그들의 하루를 따라간다. 이 ‘참견 영상’을 소설이라고 치면 주인공은 연예인, 화자는 매니저다. 매니저는 업무 특성상 연예인의 본업뿐 아니라 일상 전반을 챙기고, 그들의 시점에서 기록되는 ‘참견 영상’에는 연예인의 일과 개인의 생활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상다반사가 담긴다. 그리고 제목처럼 제작진과 스튜디오에 모인 출연진이 이를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본다.

털털한 이미지와 달리, 이영자는 차에 바디로션을 비치하거나 대기실에 향초를 켜놓을 만큼 섬세하다. 자신의 사비로 매니저의 식사를 책임질 만큼 타인을 잘 챙기는 성격이지만, 한편으로는 매니저의 옷 입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관여해야 직성이 풀리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관찰 예능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출연자의 새로운 모습이다. 하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은 매니저의 시점에서 그를 바라보며 한 발 더 나아간다. 이영자는 “사람은 누군가 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지만, 참견 영상 속 매니저의 떨떠름한 표정을 확인하고 깜짝 놀란다. 이후 그는 매니저에게 “뭐 먹고 싶어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변화를 보였다. 이영자에게는 삶의 지혜인 것이 매니저에게는 억압일 수도 있다. 상황 속의 인물이 어느새 상황 밖으로 빠져나와 자신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출연자는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동시에, 타인들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연예인이지만 극도로 내성적인 유병재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복잡하고도 재미있는 성격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의 참견 영상에는 매니저와 함께 있을 때의 발랄한 모습과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힘들어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스튜디오의 출연자들은 유병재의 이런 모습을 보며 그가 대기실이나 스튜디오에서 보였던 어색한 행동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패션 잡지 화보를 촬영할 때 유병재는 평소의 소심한 모습과 180도 다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에 대해 “카메라가 켜지면 명분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는 나름의 직업관을 보여주기도 했다. 개인의 성격은 내향적 혹은 외향적이라는 두 가지 분류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층위로 나뉘어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누군가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매니저의 시점, 스튜디오의 출연진 시점으로 여러 번 나누어 보여주고 분석하면서 한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준다.


그리고 스튜디오에서의 대화는 참견 영상에 담긴 관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이끌어낸다. 칭찬하는 건지 공격하는 건지 모를 이영자 특유의 화법은 동향 출신의 유병재가 등장함으로써 ‘알수록 모르겠는 신비한 충청도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출연자들은 이영자가 어려워 진심으로 웃지 못하는 조카의 표정에 공감하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짓 리액션을 해야 했던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았고, 전현무는 지나치게 밝은 홍진영을 부담스러워하는 유병재에게 사실 그도 낯을 가린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출연진은 참견 영상을 보고 관찰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몰랐던 사실을 알아간다. 자신을, 또는 타인을 관찰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한 사람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와 관계를 맺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관찰 예능이 누군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전지적 참견 시점’은 현실에서 개인과 사회가 관계 맺는 방식까지 담아낸다.

MBC ‘나 혼자 산다’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 초점을 맞추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줬고, SBS ‘미운 우리 새끼’가 부모의 시선에서 자식의 삶을 바라봤다면, ‘전지적 참견 시점’은 제목 그대로 삼인칭의 시점에서 타인 혹은 스스로를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은 웃음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다. 한 개인의 내면과 다른 사람들이 이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복잡하고 때로는 비합리적이며 일관성이라고는 없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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