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9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의원 임기를 마친 전직 의원 139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김 전 원장처럼 수천만원을 '땡처리'한 전직 의원들의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자신이 몸 담은 기관에 '셀프 기부'를 하거나 고액의 연구용역을 발주한 사례들이 추가로 확인됐다.
정치자금법 40조에 따르면 선관위는 매년 국회의원 후원회 회계 책임자로부터 회계 보고를 받아 상세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만일 회계 보고에서 위법 사실을 발견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김 전 원장의 의원 임기가 끝난 뒤 회계보고서를 받고도 1년 여 기간 동안 위법사항을 모르고 지나쳤다. 선관위는 "검토 자료가 많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시간이 오래 지나 청와대 질의에 '위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공천·경선·총선에서 탈락한 국회의원은 임기를 마친 다음해 1월까지 회계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선관위는 회계보고서를 감사해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관위는 회계보고서를 3개월 동안 열람 공개해 유권자들로부터도 허위사실이나 문제 사항을 신고받는다. 그러나 3개월 기간은 문제를 발견하고 시정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는 선관위도 알고 있다. 선관위는 정치후원금 수입·지출이 있을 때마다 이를 즉시 공개토록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국회에선 아직 해당 내용을 담은 법안 발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감사량도 적잖아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 회계보고서 등의 감사 대상은 180건에 이른다. 선관위 관계자는 "조사량이 많다보니 정밀하게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소시효 문제도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다. 선관위가 제출받은 국회의원의 회계보고서를 검토하다 위법 사항을 발견한다 해도 고발조치 후 처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셈이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국회의들의 임기말 후원금 땡처리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국회는 정부 기관들과 달리 비용 지출에 대해 외부 감사를 받지 않아 국회나 의원들의 예산이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감시의 '최후 보루'인 선관위가 제 몫을 못해왔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미국의 경우 우리 선관위에 해당하는 연방선거위원회가 정당과 의원들로부터 회계보고서를 제출받으면 48시간 안에 유권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한다. 또 정치활동위원회(PAC)는 매년 분기별로 4회, 선거가 있는 해는 선거 전후 20일 내로 수입·지출 내역을 연방선거위원회에 보고하고 공개한다.
선관위는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다. 김 전 원장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의 '땡처리' 사례에 즉답을 피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 전 원장 외에 다른 사례도 면밀히 살펴보겠다"면서도 "당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내부 논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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