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은 노가다? 디지털 입히면 유니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8.04.23 03:45

[인터뷰]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사진=김창현 기자
“건설산업이 노가다라고요? 4차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습니다.”

연구원으로 시작해 GS건설 전략담당과 국내 1위 건설사업관리업체 한미글로벌 사장을 역임한 건설업계 ‘맏형’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54세)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책을 냈다.

이 원장은 최근 출간된 ‘4차 산업혁명 건설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통해 갈라파고스 증후군(우물 안 개구리)을 앓고 있는 한국 건설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건설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변화가 가장 늦지만, 조금만 디지털화해도 생산성이 확연히 높아져요. 문제는 법·제도와 문화를 포함한 총체적 산업구조의 혁신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겁니다.”

이 원장은 우리 건설산업이 글로벌시대에 자체 표준만 고집해 ‘단절’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당종공사법(전문건설업) 고수로 건설 분야가 108개 업종으로 쪼개져 있고, 생산과정의 수평적 통합도 원천봉쇄돼 진정한 ‘종합’ 건설기업 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건설규제는 과정에 대한 통제보다는 결과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설계 및 시공 등 부문별 개선 대신 건설 생산과정의 수직·수평적 통합이 가능하도록 혁신해야 ‘카테라’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어요.”

2015년 설립된 카테라는 창업 2년 만에 미국 25대 집합주택 전문건설업체로 도약한 실리콘밸리 혁신기업이다. 건설 생산의 전 단계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개별 프로젝트를 통합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카테라는 3차원 정보모델을 기반으로 시설물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정보를 통합 활용하는 건축정보모델링(BIM), 클라우드 기반의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자재추적 관리시스템 등 각종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했어요. 우리 건설기업도 디지털 기술을 빨리 도입해야 합니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사진=김창현 기자
카테라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미국과 중국에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첨단 건축자재 공장 운영으로 모든 건축자재를 원스톱으로 제공한 점이다. 공기 단축과 품질 확보를 위해 현장 시공 비중을 줄였고, 유명 건축가들과의 협업으로 설계의 획일화도 막았다.

“카테라는 건설산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고 생산방식의 수직적 통합을 달성했죠”

이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한 한국은 ‘뒤처진 추종자’라고 평가했다. 국내 건설산업의 체질을 바꾸려면 최대 고객인 정부도 스마트한 일류 발주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중심의 입찰제도에선 건설업체 간 협력이 어렵고 서로 적대적 제로섬게임만 반복됩니다. 공공 수주의 종합심사낙찰제는 비가격 요소의 변별력을 측정하지 못하다 보니 기존의 적격심사제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기술평가가 이뤄질 수 있게 담당 공무원의 역량을 높이고 칸막이식 규제를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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