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년일자리 '마중물' 절실하다

머니투데이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2018.04.23 04:00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 사진=이기범 기자

'작두펌프'를 아시는지. 어릴 적 살았던 한옥 마당 구석에 작두펌프가 있었다. 펌프질하는 손잡이가 작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수도가 보급되기 전에 지하수를 퍼 올려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펌프는 마중물이 없으면 작동 불능이다. 충분히 많은 양의 마중물을 부어줘야 한다. 마중물이 부족하면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물만 먹어버린다. 오히려 더 손해인 것이다.

가라앉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재정지출 역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야 한다. 최근 일자리 및 청년 고용이 최악의 상황이다. 산업경쟁력의 하락에 따라 조선업종과 자동차업종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고, 주택건설 분야의 경기조절에 따라 건설업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 자영업 일자리 감소도 큰 편이다. 그 결과 지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4.5%)이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청년실업률(11.6%)도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3조9000억원 규모의 '청년일자리 및 구조조정 지역 지원을 위한 추경안' 국회에 제출했다. 일부 비판이 있지만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중물이 부족하면 작두펌프가 작동하지 않고 물만 먹어버리는 것처럼, 추경도 충분한 양으로 제때에 집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추경안 제출은 많이 있었으며, 경기조절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노무현 정부는 5회에 걸쳐 16조3000억원, 이명박 정부는 2회에 걸쳐 33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는 3회에 걸쳐 40조3000억원의 추경안을 제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11조2000억원, 이달 3조9000억원 등 15조1000억원의 추경안을 제출한 셈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 및 예산 규모가 많이 커졌고 현재 일자리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 정부의 추경안이 과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달 중소기업연구원의 행정직 1명을 채용하겠다고 공고를 냈는데 100명이 넘는 대졸자들이 몰렸다. 지금 청년들의 구직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15일 국방부와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부처가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청년일자리 추경안도 발표했다. 군 장병의 취업을 지원하고, 취업청년의 소득·주거·자산 형성을 지원하고, 고용증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창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대책이 들어있다. 해외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선취업 후진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100대 1이 넘는 취업경쟁률을 감안한다면 3조9000억원의 추경 규모가 충분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시기까지 놓칠 수는 없다.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마중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하루라도 빨리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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