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내 고용창출 힘쓰겠다는 샤넬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8.04.23 04:50
이달 초 백화점 1층에서 낯선 광경과 맞닥뜨렸다.

평소 빈틈없는 메이크업과 똑 떨어지는 유니폼 차림이던 화장품 브랜드 판매사원들이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를 입고 고객 응대를 하는 모습이다. "저희는 쟁의행위 중입니다"라는 현수막도 매장에 걸렸다. 샤넬 노동조합의 첫 파업이었다. 파업 3주차에는 전국 70여곳 백화점 판매직원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집회'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화장품 업계, 특히 글로벌 뷰티 브랜드 판매직 노동자들의 고강도·저임금 노동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됐다. 샤넬의 경우 10여차례 임금협상에도 1인당 '월평균 6000원' 수준의 임금인상폭 차이를 회사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말했다. 매니큐어, 헤어 컬러, 유니폼 등과 관련한 용모관리 규정과 이에 소요되는 노동시간은 위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었다.

왜 지금까지 이런 일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왜 '샤넬 노동자'라는 표현이 그렇게 낯설었을까?

상대적으로 허술한 글로벌 기업 관리감독 체계와도 무관치 않다. 유한회사 형태로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들은 지금까지 최소한의 공시 의무도 지지 않았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은 물론 고용현황, 사회공헌 등과 관련해서도 알 길이 없었다. 샤넬 또한 그런 기업들 중 하나다.


내년부터는 외부감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이들 기업 중 다수가 공시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기업정보들과 함께 노동자, 사회책임에 대해서도 언급될 일이 많아질 것이다.

지난 19일 한달여간의 파업 끝에 샤넬은 노조와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개폐점시 인력충원, 교대시스템 및 업무 효율화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례적으로 "한국 내 고용창출에 힘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샤넬 노동자들은 기쁨도 맛봤지만 여전히 불안감도 크다. 사측이 단지 '급한 불'을 끈 것은 아닌지, 진정성있게 개선해 나갈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다. 샤넬이 어떤 식으로 한국 내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 강화에 힘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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