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과도한 빚 우려한 상속포기? "반드시 법원에 하세요"

머니투데이 고윤기 변호사(로펌 고우)  | 2018.04.20 05:00

[the L][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이지혜 디자이너


“이혼 도장 찍어, 이제 우리 이혼이야” 우리가 드라마에서 종종 봐오던 대사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남남이 됩니다. 물론 도장을 찍은 것만으로 이혼이 되지 않습니다.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고, 숙려기간을 거쳐, 판사의 확인을 받아야 이혼이 성립합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도장만 찍으면 이혼’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속과 관련해서는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상속포기와 관련해서,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속을 받을 자식들이 모입니다. 그 중 큰 아들이 자신은 상속을 받지 않겠다면서 ‘상속포기서’ 혹은 ‘상속포기 각서’를 작성해서, 형제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아버지의 재산은 큰 아들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이 나누어 가집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아버지의 채권자들은 상속을 포기한 큰 아들을 비롯한, 다른 형제들에게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큰 아들은 자신은 상속을 포기했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법원은 큰 아들의 주장을 받아 줄 수 있을 까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큰 아들도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대외적으로 상속포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큰 아들이 자신의 형제들에게 ‘상속포기 각서’를 작성해 준 것은 일종의 ‘상속재산분할협의’입니다. 물론 이 각서는 형제들 사이에서는 법률적으로 의미도 있고 유효합니다. 이 각서 때문에, 큰 아들은 다른 형제들에 대하여 더 이상 아버지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큰아들이 작성한 포기 각서는 제3자에게 까지 효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이 상황은 마치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에 도장만 찍고,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이혼을 하려면, 법원에서 인정해주고 가족관계등록부에 반영이 돼야 하듯이, 상속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속포기 신고를 법원에 하고, 법원에서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대외적으로 유효한 상속포기를 한 것입니다.


그럼 큰 아들은 이제라도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해서, 아버지의 빚을 안 갚을 수 있을까요? 상속포기는 상속인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안 날 로부터 3개월(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포기 신고서가 법원에 접수되어야 유효합니다. 신고서가 이 기간 내에 접수되면 되고, 결정은 늦게 나와도 상관없습니다. 큰아들은 3개월의 상속포기 기간이 지났다면, 더 이상 상속포기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전혀 몰랐던 아버지의 빚이 갑자기 툭 튀어 나온 경우라면, 특별한정승인이 가능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이 특별한정승인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날로부터 3개월 내에 가능합니다.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은 채권자로부터 상속인이 소장 혹은 내용증명 등으로 아버지의 빚을 갚으라는 청구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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