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상씨도 선조들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덕을 행함, 이른바 '덕질'에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아 왔다. 소싯적에 기꺼이 '여섯 개 수정'(젝스키스)들의 '노랭이'를 자처하면서부터였다. 그 때 신상씨가 출근 도장을 찍었던 곳은 '엄지척' 로고가 멋들어졌던 제일은행이었다. 밤새 은행 앞에서 줄을 서 콘서트 좌석을 구매하고 "몇 분 만에 매진"이라는 뉴스가 나올라치면 1박2일의 기다림이 '오빠들'의 인기를 증명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정들과의 헤어짐 탓에 덕질과 이별하려 맘먹었지만 끊임없이 취향을 저격하는 오빠들이 쏟아지면서 신상씨의 '덕질사(史)'는 어느덧 인생 '3분의 2' 가까이를 차지하게 됐다. 더욱이 엄지척 은행이 이제 SC(스탠다드차타드)라는 수식어와 함께 더욱 멋들어진 기하학적 무늬로 로고를 바꿀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은행은 신상씨의 덕질을 돕고 있다.
그래서 신상씨는 오늘도 자신보다 15살쯤 어린 '오빠'들을 만나러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예·적금 가입, 체크카드 만들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는 '대학(大學)'에서 '덕이 있으면 사람이 생기고, 사람이 있으면 땅이 생기고, 땅이 있으면 재물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다. 중국 송대 주희의 뜻이 덕질과 재테크를 한 번에 돕는 은행을 통해 2018년 이땅에서 이뤄지는 모양이다.
워너원 덕질은 마음의 평안뿐만 아니라 두둑한 이자까지 챙겨준다. 쏠과 함께 출시된 '쏠편한 선물하는 적금'은 지인을 통해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선물 메시지를 수신한 경우에만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 특화 상품이다. 주변 친지들에 덕질을 권유하는 동시에 '6개월 만기 연 3%'라는 파격적인 금리를 얹어준다.
팬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또 다른 신한은행의 대표 상품은 워너원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쏠 딥 드림(SOL Deep Dream) 체크카드'다. 지난달 20일 출시된 뒤 한 달도 안 돼 발급이 8만장에 육박했다. 역시 워너원의 자태가 담긴 '워너원 통장'도 출시돼 있다. 덕질이 자연스럽게 저축하는 습관을 불러오는 셈이다.
BTS 효과는 머지 않아 팬들의 주머니 사정에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워너원 활용 사례처럼, 국민은행도 BTS 체크카드와 예·적금 상품 등을 5월 이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파격적인 금리 혜택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은행은 한국 못지 않은 덕질을 자랑하는 동남아에서 BTS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오프라인 점포 대신 디지털을 무기로 삼을 예정인데 BTS 티저영상이 최초 공개되는 리브가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IBK기업은행과 빅뱅의 지드래곤(GD)이 콜라보레이션한 GD 체크카드는 18일까지 약 6만5000장이 발매됐다. GD카드는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은 GD가 직접 카드 디자인을 담당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혜택도 특별하다. 멜론·엠넷·지니·벅스 등 음원 사이트에서 20% 청구할인, 스타벅스 20% 청구할인, YG e-Shop 10% 청구할인, 주요 온라인 쇼핑몰 8% 청구할인 등 덕질에 최적화된 혜택을 제공한다. 총 10만장 한정으로 발매됐던 만큼 '소장'을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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