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증권 사태의 단면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18.04.18 15:24
"믿을 수 없다." 삼성증권 사태를 접한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마치 짜인 각본처럼 완벽한 스토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태가 벌어지기 전날인 지난 5일 담당 직원은 현금배당을 주식배당으로 잘못 입력했다. 최종 결재자는 확인하지도 않고 승인했다. 다음 날인 6일 아침까지 그 누구도 몰랐다.

시스템은 우리사주조합의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을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하도록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발행 주식 수를 초과하는 수량이 입력됐지만 오류 없이 발행됐다. 일부 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빠르게 주식을 매도하거나 매도를 시도했다. 이 중 하나라도 틀어졌다면 이번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궁금한 점은 잘못 들어온 주식인지 알면서 직원들이 주식을 매도한 배경이다. 당장 주식을 매도해도 이틀 뒤에나 현금화가 되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들인데 말이다.

직원들의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특정증권사의 기업문화로 몰아가거나 일부 직원들의 그릇된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자본시장에 만연한 '탐욕'의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는 시스템 관리에 소홀했고 오로지 성과가 최우선이 되면서 직원들의 도덕적인 해이도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을 매도한 직원 중에는 "주식이 들어왔길래 그냥 팔았다", "이렇게까지 큰일인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행동했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가 다른 증권사에서 똑같이 벌어졌다면 과연 결과가 많이 달라졌을까.

삼성증권 사태는 최악의 금융사고다. 이번을 계기로 경각심을 갖고 시스템뿐 아니라 금융회사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장의 부재로 인해 삼성증권의 배당 입력 사고에 대한 대응과 대책 마련이 느슨해지거나 늦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가상화폐로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사람이 있고 서울 강남 집값은 몇 년 새 수억원이 올랐다. 돈에 대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더 많아지는 가운데 '탐욕'이 비단 증권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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