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전문가부터 정치논객까지…드루킹의 본모습은 무엇?

뉴스1 제공  | 2018.04.17 18:50

연결고리 없는 직함들…일부 회사는 소재파악도 안 돼
경제 결사체 만들고 '거대 보상' 약속…미스터리 증폭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드루킹' 김모씨로 추정되는 인물(앞줄 오른쪽)이 지난 2016년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9주년 행사에 참석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시사타파TV 캡쳐) 2018.4.17/뉴스1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댓글 공감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49)에 대해 경찰이 계좌 추적과 배후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드루킹의 정체가 가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드루킹의 직함은 민주당원·주식전문가·유명 정치논객 정도다. 하지만 그의 행적을 한 꺼풀 벗겨보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실제로 그는 건설사 근무를 거쳐 소재가 불분명한 주식회사 2곳의 대표와 상무이사를 역임했으며 마지막엔 유령 출판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드루킹이 직접 자신의 저서를 통해 주장한 주식회사 2곳은 정체가 불분명하거나 아예 소재 자체가 파악되지 않고, 직업들 간의 연결고리도 찾기 어려워 드루킹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건설사·회사대표·주식 전문가·유령 출판사 대표 드루킹

드루킹은 2009년부터 운영한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서 자신이 서울 종로에서 출생했고 1969년생 남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취미는 '아주 특이한 것들'인데, 그의 온라인 행적을 종합하면 드루킹은 '경제적 공진화'와 '동양철학'에 심취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처음부터 '드루킹'으로 활동한 것은 아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서프라이즈'라는 커뮤니티에서 '뽀띠'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다.

이후 서프라이즈는 2002년 인터넷 공간의 수많은 논객들이 모여 정치를 토론하고 분석글을 게재하면서 유명해졌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과 관련 분석들이 쏟아지면서 일종의 진보진영 사랑방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김씨는 '뽀띠'라는 필명으로 경제와 국제역학 관계에 대한 글을 올렸다. 실제로 그는 '동북아 균형자에서 세계의 균형자로' 등의 글을 통해 참여정부의 외교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던 중 뽀띠는 네이버에서 '드루킹'으로 필명을 바꾸고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며 한껏 명성을 떨쳤다. 이 과정에서 뽀띠와 드루킹의 연결고리는 그가 사용한 아이디 'tuna69'다. 자신의 실제 이름과 출생연도를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닉네임 드루킹은 미국의 게임회사 블리자드의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와우)에 나오는 ‘드루이드(마법사)’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의 자료창고'는 지난 17일 기준 누적 방문자가 995만여명에 달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2009년과 2010년에는 네이버의 시사·인문·경제 분야 ‘파워블로그’로 뽑혔기도 했다. 김씨는 블로그의 명성을 바탕으로 책을 내고 시사 팟캐스트를 만들어 올렸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주식과 경제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드루킹은 2010년에 '드루킹의 차트혁명'이라는 투자서적을 썼다. 그는 저자 이력란에 자신이 Δ대림그룹 산하 고려개발 주식회사에서 근무했고 ΔV 주식회사 상무이사 ΔL 주식회사 대표이사 Δ주식 전문가를 역임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드루킹은 명지대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약 4년6개월 정도 고려개발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가 대표이사와 상무이사를 역임했다는 주식회사의 정체가 모호하다. V사의 경우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그가 2010년부터 운영한 출판사 '느릅나무'가 8년 동안 단 한 권도 출간하지 않았고,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은 데다 입주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불법으로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입주한 것으로 비추어 볼 때 고려개발을 제외한 다른 회사도 유령회사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갈무리)© News1

◇폐쇄적 경제 결사체 만들고 '거대 보상' 약속…동양철학까지

드루킹의 온라인 행적을 따라갈수록 드루킹의 정체는 더욱 모호해진다.

그가 공을 들였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은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거대 자본을 무너뜨리는 일종의 '경제 결사 단체'였다. 경공모는 철저한 '회원 등급제'로 운영됐다.

한 경공모 회원은 "드루킹이 지정해주는 한 회사의 주식을 10만원어치 산 후 (드루킹에게) 의결권을 넘겨주는 방식"이라고 경공모의 체계를 설명하면서 "드루킹은 자신에게 10만원 상당의 의결권을 주면 그 회원에게 '자녀 학자금 지원'이라는 보상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결국 (회원) 등급까지도 가지 못하고 강제퇴장"을 당했다는 이 회원은 "10만원 주식 의결권으로 자녀 학자금 지원이 가능한 소리냐"며 드루킹이 약속한 '거대한 보상'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현재 경찰이 의심하고 있는 드루킹의 자금력과 배후 가능성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한편 일부 경공모 회원들은 드루킹이 동양철학에 심취하는 것을 보고 그에 대한 신뢰를 잃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은 “동양철학에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심취했고, 29세에 자미두수를 본격적으로 공부했다”고 했다.

건설사 직원, 정체불명 주식회사의 상무이사와 대표이사, 막대한 보상을 약속한 경제 결사 단체의 운영자, 동양철학, 주식 전문가, 그리고 여당 당원의 신분과 지난 대선부터 진보진영 입장에서 시작한 선플활동, 매크로를 통한 여론조작까지. 드루킹을 수식하는 다양한 모습 속에서 그의 '진짜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고 그가 운영했던 출판사는 폐업신고를 한 채 굳게 닫혀 있다.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리고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출입 계단에 댓글 조작을 규탄하는 손팻말들이 걸려 있다. 2018.4.1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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