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비틀비틀 따르릉' 술에 취한 자전거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 2018.04.22 05:35

[자전거가 쓰러진다-⑤]한강공원 곳곳서 자전거 음주운전 목격…처벌 강화 목소리도

편집자주 |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소재 한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자전거족이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술 마신 한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난 자전거족 김모 할아버지(72·서울 동작구). 한낮임에도 벌건 얼굴에 술 냄새가 풍겼다. 요즘 표현으로 날이 좋아서 한잔, 날이 좋지 않아서 한잔 마셨다고 한다. 자전거를 끌고 가나 싶더니 이내 올라탔다. 휘청휘청 갈지(之)자 운전. 쓰러질 듯 하다가 이내 중심을 잡는 게 마치 곡예단 묘기다. 본인을 베테랑 드라이버라고 칭한 김 할아버지는 넘어져봤자 무릎 다치는 게 전부라며 웃었다.

오는 9월부터 술 마시고 자전거를 탈 경우 처벌받는다. 시행까지 5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음주운전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맥주 한캔 정도는 괜찮다''사고 나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영향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21일 찾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갑자기 따듯해진데다 미세먼지까지 감소한 탓에 나들이객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한쪽에 자전거를 세운 채 맥주나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술 서너잔에 얼굴이 벌게진 사람들은 자전거에 오른 뒤 목적지로 향했다.

자영업자 박모씨(35·서울 서초구)는 "자전거를 옆에 둔 채 술 마시는 사람을 간혹 본다. 나들이를 겸해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나쁜 행동이다. 주변에도 자전거 음주운전을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자전거족이 자리했던 곳에 맥주캔과 과자가 남아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부천성모병원 황세환·이중호 교수 연구팀이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성인 1만9599명 중 자전거를 타는 48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전거 음주 운전 경험률이 12.1%(586명)에 달했다.

자전거 음주운전 경험률은 연령별로 △19~29세 8.6% △30~39세 8.0% △40~49세 9.8% △50~59세 16.1% △60~69세 19.6% △70세 이상 18.2% 등으로 나타났다.


황세환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교수는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교육과 처벌이 적다보니 행위 자체에 무감각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클 수 있다. 본인의 위험은 물론 타인을 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두개골과 안면골절 등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오는 9월부터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시 2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이전에도 자전거 음주운전은 금지됐다. 하지만 단속·처벌 규정이 없어 실제 자전거 음주운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음주운전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법을 개정했다. 과태료 등의 처벌 규정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수준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처벌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실제 해외 선진국의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수위는 우리나라보다 강하다.

독일의 경우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시 1500유로(한화 약 198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영국은 2500파운드(약 383만원) 이하 벌금을 낸다. 일본의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0만엔(약 99만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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