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레터]김기식 낙마, 여당의 위치는 어디쯤

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 2018.04.17 11:52

[the300] "그럴 줄 알았다"는 여당 내부 의견 '폭발'…"청와대가 하자면 다 하는게 여당인가" 불만도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밝혔다. 지명된지 18일 만인 지난 16일 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그의 '셀프 후원'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직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위법이면 사임시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승부수를 믿었다. 위법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평균보다는 조금 많은, 그런 관행적 수준일 것이란게 여당의 믿음이었다.

대통령의 승부수는 실패했다.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탄식, 억울, 분노, 당황. 온갖 감정이 튀어나온다. 그 사이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눈에 띈다. 보름 넘게 끌어온 김 원장 사태에서 쉬쉬하고 있던 의견들이 폭발한다.

한 중진 의원은 "선관위에 물을 일도 없이 당연한 결과 아니냐"고 말했다. 이미 위법한 사항이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김 원장은 의원 시절 셀프 후원을 하기 전 선관위에 문의했다. 선관위는 당시에도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권력에 중독돼 있으면 사실을 객관적으로 불 수 없다"고도 했다. 여당 지도부가 김 원장을 보호하고 나선 것 부터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국회의 시선에서야 '셀프 후원'과 '외유'가 관행이라고 지적한다. 이 의원은 "어느 국민이 관행적으로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받고, 피감기관 돈으로 비행기를 타겠느냐"고 역정을 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문 정부에서 낙마한 고위직은 김 원장 포함 8명이다. 신앙. 주식거래. 여성비하.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여당은 모두 이들을 옹호했다. 맹목적인 보호에 가까웠다. 결국 문제가 된 사안에도 침묵했다. 청와대에 날을 세우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식구인지라 보호의 수위가 더 높았다. 문제가 드러날 때마다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뒷문으로는 들렸지만, 공식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티를 내기만 해도 비판이 쏟아졌다. "금감원장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지지자들에게 공격받은 김두관 의원이 대표적이다.


법률가 출신의 한 의원도 "당에서 지나치게 김 원장을 보호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에서 위법하다고 판정한 만큼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이 됐다"며 "검찰에서 수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가 완결될 때까지 빨라도 6개월을 봤다. 김 원장이 기소되고, 수사받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당으로 불똥이 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방선거는 물론 추후 정국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개혁 과제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가 눈을 가렸다. 청와대를 보위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컸다. 그래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판단이 당 내에서도 나온다. 도덕적 기준이 야당일 때와 달라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인 주장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청와대가 (임명)한다고 당이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당 역할이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의견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내용이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음을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청와대의 눈과 귀가 돼야 하는 것이 여당이다.

광화문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민심이다. 많이 고민하고 듣지만 한계가 있다. 각 지역에서, 각 계층에서 바닥의 의견을 듣고 국정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다. 집권여당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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